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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음악인들, '여혐'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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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음악인들, '여혐'에 맞서다

입력
2016.06.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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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비욘세가 새 앨범 '레모네이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65분 분량의 영상은 억눌린 흑인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환기시킨다.
팝스타 비욘세가 새 앨범 '레모네이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65분 분량의 영상은 억눌린 흑인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환기시킨다.
팝스타 비욘세가 새 앨범 '레모네이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65분 영상 속 한 장면.
팝스타 비욘세가 새 앨범 '레모네이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65분 영상 속 한 장면.

“미국에서 가장 무시를 당하는 사람은 흑인여성이다.”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상영된 팝스타 비욘세의 새 앨범 ‘레모네이드’ 영상에서는 흑인해방운동지도자인 고 맬컴 엑스의 목소리가 실려 있었다. 수록곡 ‘돈 허트 유어 셀프’ 관련 영상에서 나왔는데, 노래에는 없는 음성이었다. 영상에선 “미국에서 가장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은 흑인여성이다” “미국에서 가장 간과되고 있는 사람은 흑인여성이다” 등의 말이 연달아 나왔다. 위축된 흑인 여성의 인권을 세 번이나 언급해 흑인 여성 인권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발언들은 모두 맬컴 엑스가 1962년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시민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열린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65분 영상 상영회에서 그의 음악팬들은 영상 속 비욘세가 던진 여성의 인권과 연대에 주목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계기로 여성혐오가 국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서다. 영상 속에는 여러 흑인 여성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여성의 연대를 통해 그들에 가해지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극복해나가자는 은유로 보였다. 상영회에서 만난 박준우 흑인음악평론가는 “‘레모네이드’ 영상을 보면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등 흑인 여성 스타들이 카메오로 나오고, 남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나온다”며 “이는 여성들이 스스로 주체임을 인식하고, 연대를 통해 여성의 힘을 키워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비욘세 뿐 아니라 영·미권에서는 최근 여성혐오를 꼬집는 음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 인식에 대한 역사가 짧은 한국과 달리, 남성우월주의 사회 속 여성이 겪어야 했던 피해와 고충이 오래 전부터 공론의 장으로 나와 자연스럽게 대중문화로까지 스며든 결과다.

남성의 폭력성을 꼬집는 신곡‘바이올런트 맨’을 낸 미국 가수 아노니(앤터니 해거티)는 자신의 공식홈페이지에 한국어 번역 서비스까지 하며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남성의 폭력성을 꼬집는 신곡‘바이올런트 맨’을 낸 미국 가수 아노니(앤터니 해거티)는 자신의 공식홈페이지에 한국어 번역 서비스까지 하며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남성의 여성을 향한 사회적 폭력에 대한 비판도 거침 없다. 지난 2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영화 음악 부문에 성소수자 최초로 후보에 오른 가수 아노니(앤터니 해거티)는 지난달 ‘바이올런트 멘’(Violent men)이란 곡을 냈다. 이 곡에서 아노니는 ‘내(여성) 몸에서 나온 네(남성)가 이젠 날 죽이려 한다’고 흐느끼듯 노래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성에 대한 절규다. 이 곡을 만든 배경에 대해 아노니는 “모든 나라의 여성적 시스템 정착을 위해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여성주의적 통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아노니는 영국의 한 음악지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사회적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끊임없이 친구, 가족, 동료와 얘기해 당연시 여겨졌던 남성적 가치들을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팝스타 비욘세. 비욘세 SNS
팝스타 비욘세. 비욘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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