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라운딩을 생각하며 밤잠을 설쳤던 A씨는 이른 아침 필승의 각오와 함께 필드로 향했다. 이번 라운딩은 지난번 그에게 100돌를 맛보게 했던 사람들과의 리턴 매치였기에 어떠한 말에도 굴하지 않을 비책을 준비했다. 그런데 골프장에 도착해보니 김이 빠졌다. 복수해야 할 상대가 개인적 사정에 의해 오지 못하고 대타가 출전했다.
컨디션도 좋고, 연습량도 충분했기에 아쉬움은 컸지만 필드의 신사인 A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라운딩을 시작했다.
경기 초반 그는 신들린 샷으로 동반자들의 떨게 만들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라운딩에 대타로 참석한 B씨의 행동이 점점 날카로워 졌다. A씨는 그의 말과 행동하나 하나에 자신은 물론 동반자들까지 동요되어 긴 침묵 속에 잔여 라운딩을 힘들게 마무리 해야 했다. A씨를 포함한 동반자들을 괴롭힌 B씨의 행동은 자신에 대한 짜증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이겨내지 못하고 매 상황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과도한 퍼포먼스(Performance)였다. 그는 잘못된 샷이 나오면 클럽으로 땅을 강하게 내리치며 'x8, x신 같이 치네'라는 욕설을 내 뱉기 일 수였고, 그린에선 라이를 잘못 알려주었다는 핑계로 캐디에게 성질을 내며 책임을 전가하는 비매너 행위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아무리 샷이 흔들리고 경기가 잘 안 풀린다 해도 자신의 클럽을 땅바닥에 내려치는 행위, 또는 동반자들에게 들릴 정도의 욕설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대인관계를 넓히고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골퍼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신경질적 비매너 행위가 지속된다면 구성원 모두에게 버림받을 수 밖에 없다. 캐디에게 울화통을 터뜨리며 신경질을 내는 행위는 더더욱 해선 안 된다. 자칫 대중매체 사회면에 자신의 추태가 알려질 수 있고 불특정 다수로 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꼭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신경질적인 퍼포먼스의 효과는 확실하다. 함께 하고 있는 모든 동반자들의 플레이를 망쳐놓을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역 프로골프 선수들 중에서 존 댈리는 단연 최고의 신경질적인 선수로 꼽힌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콜린 몽고메리도 한 성질 하는 선수들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이 발산해내는 신경질적인 반응은 자신의 기량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반자를 자극하여 멘탈(Mental)을 무너뜨리는 고도의 방어기제이자 아이템이기도 하다. 프로선수들이 쓸 정도라면 효과는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고교시절까지 야구선수생활을 했으며, 이후 골프로 전향해 2012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준회원으로 프로에 입문하였다. 2014년 한양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에서 골프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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