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증할 진료기록 제출해야
사건 5년 지나 늑장대응 비판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청 접수 창구를 설치하고 지역 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간 정부가 피해신청을 적극 알리지 않아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환경부에 따르면 6월부터 시ㆍ도청 등의 환경정책 담당 부서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접수하는 창구가 설치된다. 정부는 최근 17개 광역ㆍ기초자치단체 담당자들과 만나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이미 경기도와 전남ㆍ전북도, 광주시, 경기 성남시는 접수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접수를 하려면 서울 은평구의 한국환경과학기술원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피해 질환을 입증할 수 있는 의료기관 진료기록부 등을 기술원에 제출해야 한다. 지방 신청자들은 우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정보 부족 탓에 구비서류가 누락되곤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3차 조사 신청자 752명 가운데 약 60%가 진료기록 없이 신청서나 신분증 사본만 보내는 바람에 조사가 지연됐다.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 접수창구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피해 신청자에게 절차를 안내하고, 관련 서류를 받아 한국환경과학기술원에 전달하게 된다.
적절한 조치이지만,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여론에 떠밀려 마련됐다는 점에서 뒷북행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의 1차(2013~14년ㆍ361명), 2차 피해조사(2014~15년ㆍ169명) 신청자 수는 지난해 3차 조사(752명) 때보다 크게 못 미치는데, 사건 직후 정부가 피해 접수 절차를 알리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1차 조사 때부터 피해신청 경로를 다양화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나 묵살됐다”며 “진작 지자체가 함께 나섰다면 피해 조사자 수도 늘었을 것이고, 문제해결 속도도 빨라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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