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위원회(준비위)가 어제 발족했다. 지난해 12ㆍ28 합의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시 양국은 한국이 재단을 만들고, 일본이 정부예산으로 10억엔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에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준비위는 김태현 위원장(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와교부와 여성가족부 담당 국장 2명을 뺀 9명은 민간 위원이다. 6월 중 재단 설립이 당면 목표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 분들의 의사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귀를 활짝 열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에 응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2ㆍ28 합의에 대해 쏟아진 비판과 논란에 비추어 올바른 진단이긴 하지만, 왜 진작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새삼스럽다. 정부가 보다 차분하게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협상에 나섰다면 국내외 민간단체의 반발이 지금처럼 거세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피해자가 우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정부 스스로가 뒤집은 게 못내 아쉽다. 피해자 사이에도 해결책에 대한 생각이 엇갈려 전면적 동의는 애초에 불가능했지만, 최대한 공감대를 넓히려는 정부 노력이 부족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돌이켜봐도 일본 정부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나 정부예산으로 사실상의 보상금을 충당한다는 등의 합의 내용은 평가할 만하다. 운동단체나 야권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법적 책임 인정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하지만 현실적 목표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도 부수 합의인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이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등에 과도한 관심이 쏠렸으며, 이런 관심이 일본 우파 세력과 보수언론의 과장과 왜곡에 의해 확대 재생산돼 온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양국 정부 간의 합의가 민간의 진상규명ㆍ연구ㆍ손해배상 청구에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오해도 잇따랐다. 이 모든 게 합의 내용을 다각도로 알리고, 관계자를 설득하고, 감성적으로 소통하려는 정부의 노력 부족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준비위 발족으로 재단 설립에 눈앞에 다가온 만큼 언제까지고 지난 얘기에 매달릴 수는 없다. 조속한 이행으로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또한 준비위 발족은 문제 해결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 피해자 및 지원단체와의 끊임없는 소통에 나서는 것이 준비위의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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