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음악계 엄친아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세계 최강’ 베를린 필하모닉의 최연소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잠머(27) 얘기다. 22살이던 2011년 수석에 발탁된 그는 2013년 클라리넷 연주자로는 최초로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도 했다. 하버드 장학생 출신의 화려한 스펙, 프로 선수를 고민했을 정도의 만능 스포츠맨, 키 188㎝의 모델만큼 수려한 외모로 여성 팬을 몰고 다닌다. 2013년, 2014년 내한 당시 각각 옥타곤 클럽,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대중적인 형식의 공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오텐잠머가 6월 2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 리사이틀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온다. 390석 공연장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오텐잠머는 방한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을 일반적인 환경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즐기는 게 신선하다고 생각해 클럽과 미술관 연주 같은 이색 연주회를 적극 시도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이 무얼 말하는가, 무얼 말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요. 오늘날 관객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베를린 필이 세계 투어 가는 것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둘 다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4살, 10살 때 각각 피아노와 첼로를 배웠던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13살에 클라리넷을 시작했다. “집에 항상 클라리넷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연습하는 걸 늘 들어왔고, 나중에는 형도 클라리넷을 배웠죠. 따뜻한 소리가 좋아서, 배우자마자 악기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청소년 시절부터 빈 필하모닉 객원단원으로 처음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한 그는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카데미 장학생을 거쳐 베를린 필에 입단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가 독일 악단을 택한 이유는 베를린 필의 라이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이 아버지(에른스트)와 형(다니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 음악인을 꿈꾸었지만, 클래식 음악계의 인력시장은 엄혹했다. 당시는 빈보다 베를린에 더 기회가 많어 베를린 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세 부자는 클라리넷 트리오 ‘더 클라리노츠’를 결성, 오케스트라 일정이 빌 때마다 틈틈이 활동 중이다. “실내악, 오케스트라, 독주 무대에서 클라리넷 역할이 정말 맘에 들어요. 일반 관객들은 클라리넷 실내악 작품, 독주곡이 얼마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꽤 방대하거든요. 새로운 편곡 버전을 찾는 기쁨도 있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말러와 브람스 가곡을 클라리넷 선율로 푼 ‘편곡 버전’을 들려줄 예정이다. 2013년부터 루체른 뷔르겐슈토크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온 피아니스트 호세 가야르도가 반주를 맡는다. “말러 가곡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 연주할 따끈따끈한 편곡 버전이에요. 제일 기대되는 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인데, 압도적인 체력을 요하는 작품이라 정말 푹 빠져야만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02)6303-1977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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