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중경/사진=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3040'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시즌 예정된 12개 대회 중 5개(41.7%) 대회를 마친 가운데 그 중 4개 대회 우승자는 30대 이상 선수들이 차지했다. 최진호(32ㆍ현대제철)가 2승을 거뒀고, 모중경(45ㆍ타이틀리스트)과 박상현(33ㆍ동아제약)이 1승씩을 기록했다. 이상희(24)는 20대로는 유일하게 올 시즌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중경의 우승은 특히 화제가 됐다. 프로 20년차이자 40대 중반의 그는 5월 중순 열린 매일유업 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모중경은 우승 후 "국내 투어만 따지면 10년, 해외 투어까지 종합하면 8년 만의 우승이라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윙의 귀재'이자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투어의 젊은 선수들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수민(23ㆍCJ오쇼핑)이나 왕정훈(21)의 샷이 좋아 기대가 된다"며 "물론 그 외에도 기량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더욱 다양한 선수들이 빠른 시일 내에 활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최경주(46ㆍSK텔레콤)도 SK 텔레콤 오픈에서 공동 5위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대회 기간 중 공식 인터뷰에서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꿈을 밝혔다.
최근 막 내린 넵스 헤리티지에선 신용진(52)의 노장 투혼이 돋보였다. 신용진은 대회 첫날 공동 2위로 출발해 마지막 날까지 최상위권(공동 4위)의 성적을 유지했다. 아쉽게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자가 되진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4~5kg 체중을 감량한 상태다. 나이가 들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젊었을 때는 공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의 말은 후배들에게 훌륭한 조언이 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2015시즌 KPGA 코리안 투어 대회 우승자 12명 중 30대 이상은 5명(41.7%)에 그쳤다. 지난 시즌 허인회(29ㆍ상무)와 이수민, 안병훈(25ㆍCJ) 등은 20대의 나이로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KPGA 코리안 투어 우승자의 나이가 갑작스레 많아진 데는 이유가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선전도 있지만, 무엇보다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한 경쟁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리우 올림픽 출전을 결정하는 세계랭킹을 높이기 위해선 국내보다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뛰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승시 세계랭킹 포인트 배점이 높기 때문이다. 안병훈과 왕정훈, 지난 시즌 KPGA 코리안 투어 신인왕 이수민이 EPGA 투어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30대 이상 선수들의 활약이 KPGA 코리안 투어 인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눈길이 쏠린다. 다이내믹한 한국남자골프에 베테랑들의 풍부한 스토리까지 입혀지면 투어의 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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