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통신요금 소액결제 시 계좌번호와 예금주의 생년월일만 알면 유선상으로만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인 20대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한모(25)씨를 구속하고 서모(2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중고 스마트폰 판매자 등에게 접근, 계좌번호와 예금주의 생년월일을 알아낸 뒤 KT와 LG유플러스 콜센터에 전화해 예금주가 자신의 아버지나 삼촌, 형이라고 속여 통신요금을 결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 등은 통신사 측이 휴대전화 명의자와 예금주가 다를 경우 전화상으로만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악용, 3대의 휴대전화로 3월 9일부터 4월 29일까지 13명의 피해자 계좌에서 1,940만원을 부당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계좌로 통신요금을 결제한 뒤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청, 자신의 계좌로 통신 요금을 환급 받았다. 한씨 등은 LG유플러스에서 모두 410만원을 환급 받았으며 나머지 통신요금 결제금액 1,530만원은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알고 통신사 측에 요청해 먼저 환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와 서씨는 통신사 쪽에서 소액결제 내역을 확인할 수 없도록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전화번호를 각각 20차례, 60차례씩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월 80만~100만원까지 결제 가능한 소액결제를 통해 게임아이템을 구매한 뒤 되팔아 유흥비로 사용하다 요금이 미납돼 소액결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범행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중고물품 사기사건이 많다”면서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린 신분증 사진을 요구해 생년월일을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자신도 모르게 계좌에서 179만원이 통신요금으로 빠져나갔다는 한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이들을 차례로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25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으나 13명 외에는 계좌 잔액 부족 등으로 실제 결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계좌번호와 생년월일만 알면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소액결제가 가능한 만큼 본인 인증 절차에 보완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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