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네 계단 하락한 29위를 기록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문에 기업윤리, 소비자만족, 사회적 책임 등 관련 점수가 대폭 깎인 것이 순위 하락의 주요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IMD가 29일 발표한 2016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대상 61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5위보다 국가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것인데, 종합순위로는 2008년(31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홍콩 스위스가 나란히 1ㆍ2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1위였던 미국은 3위로 밀려났다. 중국은 25위(지난해 22위), 일본은 26위(지난해 27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앞섰다.
4대 부문별 평가(정부효율성, 경제성과, 기업효율성, 인프라) 중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밀린 것은 기업효율성(37위→48위) 분야다. 기업 항목 중 기업윤리 실천(39위→58위), 고객만족(14위→46위),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50위→60위), 건강ㆍ안전 관심도(44위→56위) 등이 하락폭이 컸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밝혀지며 옥시 임원이 사법처리를 받는 등 기업윤리 및 제품안전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IMD의 설문조사 기간 중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기업윤리 문제가 불거져 기업 부문 순위 하락을 가져왔다”고 풀이했다. IMD 조사는 342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46%가 주관적 설문평가, 54%가 객관적 통계평가다.
4대 부문 유일하게 개선된 것은 정부효율성이었다. 재정건전화, 효율적 재정관리 등이 인정받아 순위가 지난해 28위에서 올해 26위로 상승했다.
IMD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비즈니스 전문학교(경영대학원)로 1980년부터 세계 각국 국가경쟁력을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은행(WB) 평가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비교하는 주요한 척도 중 하나로 꼽힌다. IMD와 WEF는 국가별로 각 부문의 경쟁력을 전체적으로 종합 평가하고, WB는 주로 기업의 경영환경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조사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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