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사람 살해하려…” “돈이 궁해 겉옷 주머니 뒤져”
범행 동기 규명 놓고 수사 난항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 “돈이 궁해 피해자의 주머니를 만졌다.”
29일 서울 수락산 등산로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피살 사건의 범행동기 규명을 놓고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피의자 김모(61)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탓에 혐의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30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씨 점퍼에 묻은 혈흔 및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흉기에 대한 유전자(DNA) 감식 결과 피해자 A(64)씨의 DNA가 검출돼 피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거쳐 김씨가 범행 후 도주하는 모습과 범행에 쓰인 흉기를 구입하는 장면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올해 1월 출소한 뒤 경기 안산 등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 지난 16일 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상계동으로 와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건 전날인 28일 오후 10시쯤 수락산에 올랐고 이튿날 오전 5시20분쯤 등산로 삼거리에서 기다리다 산행에 나선 A씨를 흉기로 찔렀다. 김씨는 과거 노원구 일대에서 공공근로를 한 적이 있어 범행 현장 인근 지리에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강도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가 “최근 2주 동안 물만 먹고 살았고, 돈이 필요해 피해자 옷주머니를 만졌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살인 범죄라는 입장이다. 그는 2001년에도 경북 청도에서 6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피해자의 목 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2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범행도 15년 전과 유사한 정황이 많아 강도살인이 의심된다”며 “당시에도 김씨는 흉기를 이번과 같은 상계동의 한 시장에서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범행 당일 하산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살해하려 했다’”는 진술도 했다. 면식 관계가 아닌 불특정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점 찍는 것은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의 특징에 해당된다. 경찰 관계자는 “돈이 없어 물만 마셨다는 피의자가 출소 후 경마장에서 돈을 벌어 생활했다고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은 진술을 반복하고 있어 현재로선 묻지마 범죄나 강도살인 등 혐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김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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