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우리 안에 떨어진 4살 남자아이를 구하려는 목적으로 멸종위기 고릴라를 총살한 사건을 두고 미국사회에 논란이 번지고 있다. 고릴라가 아이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동물원의 비윤리적 대응과 부모를 향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인 고릴라가 동물원 관계자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네살배기 남자아이가 우리 안에 떨어지자 함께 있던 고릴라 ‘하람베’를 실탄으로 쏴 사살했다. 하람베는 전세계 300~400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진 롤런드고릴라로 올해 17살이다. 아이는 즉각 병원으로 옮겨진 후 같은 날 부상 없이 퇴원했다.
동물원 측의 즉각적인 해명에도 비난 여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세인 메이너드 신시내티 동물원장은 공개 성명을 통해 “긴박한 위험에 처한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하람베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취총을 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쐈어도 고릴라를 동요시켜 상황이 악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하람베를 위한 정의’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운동에는 지금까지 9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서명운동은 아이에 대한 보호 의무를 게을리한 부모가 고릴라의 사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은 하람베가 떨어진 아이를 조심스레 다루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더욱 확산하고 있다. 사고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서 하람베는 우리 안 물가에 떨어진 아이를 가장자리로 잡아당긴 후 아이를 보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동물원 측은 “하람베가 아이를 폭력적으로 끌고 다녔다”고 주장했지만 하람베의 공격 의도가 없었음에도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잣대로 판단했다는 비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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