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후 71년만에 원폭투하국 최고지도자가 피폭지를 찾아 희생자를 기리도록 한 외교성과에 여론이 후한 점수로 반응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TV도쿄가 27~29일 실시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상승한 56%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포인트 떨어져 35%로 낮아졌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2014년 9월 개각 직후 60%를 기록한 이래 1년8개월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는 92%가 긍정평가했다. 아베 내각 비(非)지지층에서도 88%가 히로시마 성과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교도(共同)통신이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7%포인트 상승한 55.3%였다. 또 마이니치(每日)신문의 30일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5%포인트 상승해 49%를 기록했다. 일본 언론은 이세시마(伊勢志摩) 주요7개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데다 의장국으로서 서방지도자들을 이끄는 총리의 모습이 강하게 어필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지율 고공행진만 본다면 7월 참의원선거에선 연립여당에 순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바마 방문 직전에 터진 오키나와 미군무원의 일본여성 살해사건이 관건이다. 닛케이 조사에선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가 46%로, ‘적절했다’(37%)보다 많았다. 여성층의 반발이 강해 무당파층도 절반 가까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때문에 6월5일 예정된 오키나와 현의회선거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선거는 7월 참의원선거를 앞둔 마지막 전초전이어서 자민당 측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미군비행장의 헤노코(邊野古) 이전을 놓고 아베 정부와 대립중인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지사는 “미군범죄가 일어났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정치는 참을 수 없다”며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오나가 지사 측은 지난 1월 기노완시장 선거에서 지원후보가 자민당에 패한 데 대한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탓인지 정치적 맹우(盟友)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나 당 핵심 인사 반대에도 국회해산 없이 증세연기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2년 반 연기하려면 국회를 해산해 참의원 선거와 더불어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는 아소 부총리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30일 보도했다. 아소 부총리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아베 총리를 잇따라 만나 소비세 인상 연기에 대한 방침을 밝혔지만 아베 총리는 이들의 요구에 묵묵부답하는 것으로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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