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당 더민주, 생계형 부실채권
123억어치 소각하며 첫날 시작
정쟁 이슈 언급은 애써 자제
새누리당 의총서 정진석 “계파는 그만”
김무성 불참…서청원ㆍ최경환 퇴장
국민의당, 국회법 거부 박근혜 비판
정의당은 청소노동자들과 오찬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여야는 한 목소리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면서도 달려가는 방향은 제각기 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민생 챙기기를 부각시켰고, 새누리당은 계파 청산을 통한 당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원내 제1당인 더민주는 이날 생계형 채무자 2,525명의 부실채권 123억원어치를 소각하며 20대 국회의 문을 열었다. 지난달 당선자 워크숍에서 소속의원 전원(123명)의 첫 세비를 기부, 부실채권을 탕감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당 지도부는 부실채권을 상징하는 종이에 실제로 불을 붙여 태우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에 앞서 당 지도부는 어린이집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맞춤형 보육 시행방침의 부작용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민생고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대신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등 정쟁으로 번질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치적인 쟁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민생에 충실한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의 마음을 우리 편으로 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대 국회의 시작을 ‘싸우는 국회’로 열지 않음으로써 투쟁야당이 아닌 수권정당의 모습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오직 민생’을 다짐하면서도 보다 선명한 야당성을 강조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정배 공동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여야 간 대결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기존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꼬집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회의 발목을 안 잡으면 성공한 국회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초선의원들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선의원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각오로 국회의원 배지를 꼭 착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35여명과의 오찬 간담회로 개원 첫날을 맞이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오찬에서 “저희는 여러분들과 국회라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라며 “힘들게 일하고 있는 분들을 누구보다 먼저 대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과의 정책간담회를 갖는 등 진보정당만의 입지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생을 강조한 야당과 달리 20대 첫 새누리당 의원 총회의 화두는 계파 청산이었다. 총선 참패 후 50일 가까이 내홍을 극복하지 못한 처지에서 계파 청산이 당 정상화의 출발인 때문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계파 이야기가 그만 나왔으면 한다”며 “계파에 발목 잡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자제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 11명이 발언한 비공개 총회에서도 계파 문제가 주된 화제였다. 친박계에 화살이 날아든 탓인지 의총 중간에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자리를 떴고, 김무성 전 대표는 불참했다. 의석수가 19대 158석에서 122석으로 줄어 제2당이 된 새누리당은 아픔도 얘기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36석이 줄어 들었다”며 “국고지원금도, 당비도 줄었는데 국민 불만과 당원 항의는 빗발친다”고 했다. 의총에선 청년기본법을 비롯해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개혁ㆍ혁파를 위한 특별법 ▦노동개혁 4법 등 9개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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