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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빠서 조사 못받는다는 옥시 전 대표의 황당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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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빠서 조사 못받는다는 옥시 전 대표의 황당한 변명

입력
2016.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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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임직원을 조사하는 단계에서 높은 벽에 부닥쳤다. 검찰은 그 동안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과정을 수사해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 관련자 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으나 증거인멸 의혹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옥시 경영을 맡을 당시 증거를 은폐한 거라브 제인 전 대표와 외국인 관련자들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이들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0년부터 2년 간 옥시 경영을 책임진 제인 전 대표가 소환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황당하다. 현재 옥시의 아시아담당 대표로 승진해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그는 최근 검찰의 조사 요청에 “업무가 바빠서 조사에 응할 시간이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제기된 의혹에는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서울대 조모(구속기소) 교수에게 옥시 측에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의뢰하면서 거액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표가 되기 전에는 옥시의 마케팅 책임자로 있으면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광고를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망자를 내는 데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인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본인 주장대로 잘못이 없다면 떳떳이 소명하면 될 일이지 조사를 기피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옥시 영국 본사의 태도다. 검찰은 현재 제인 전 대표 외에 옥시 본사 관계자를 포함해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 여러 명에게 소환 통보를 한 상태다. 이들이 조사를 받으려면 영국 본사의 협조가 필요한데, 본사는 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본사 측은 “개인의 일에 대해 회사에서 출석을 강요하기 어렵다”는 아리송한 이유를 들어 사실상 소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본사는 지난 5년 간 피해자들의 항의를 외면해 오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달 초에야 공식 사과했다. 그 사과라는 것도 구체적 언급과 반성은 빠져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더니 이제 검찰의 정당한 수사에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여전히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정이 그렇다면 검찰도 명예를 걸고 범죄인 인도 요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반인륜적 범죄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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