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마지막날 정계 인사 접촉 피해
기자회견 외엔 무응답 ‘침묵모드’
“과대해석ㆍ추측 보도 자체” 요청
박근혜 아프리카 순방 치켜세우기도
30일 5박6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로 돌아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마지막 일성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었다. 반 총장은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오해”라며 뒷북수습에도 나섰다. 그는 “과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좀 삼가, 자제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반기문 총장은 이날 경주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기자회견에서 방한 기간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관련 “(언론에서) 과대, 확대, 증폭된 면이 있어 (나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수위조절에 나선 발언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이날 조찬과 오찬 모두 외부의 정치권 인사 없이, 유엔 실무진과 행사 주최 측 관계자들과 함께 한 것도 일종의 ‘선 긋기’로 해석됐다.
반 총장은 이번 방한 목적과 관련해 “어떤 개인적 목적이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온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논란을 겨냥한 듯 “제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제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제가 결정할 것이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 외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변하지 않는 ‘침묵 모드’로 자신의 메시지를 극대화시켰다. 방한 첫날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를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뒤, 방한 마지막 날 일정도 기자회견으로 잡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셈이다. 하지만 방한 내내 숱한 정치적 행보 논란에 함구하다 뒤늦게 발을 빼는 듯한 발언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반 총장은 이날 새마을운동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박 대통령 띄우기에 나서 정치적 논란을 또 다시 자초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유엔 NGO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에 있는데, 농촌개발과 사회 경제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치켜세웠다. 방한 첫날 대선 출마 시사 이후 박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기조와 거리를 두며 차별화에 나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충청-대구경북(TK)연합’이라는 대권 플랜의 닻을 올린 반 총장이 TK 민심에 쐐기를 박고 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반 총장은 방한 첫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방북 관련한 질문도 애써 피하며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반 총장은 경주 일정을 마친 뒤 KTX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 6일간의 숨가쁜 국내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경주=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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