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8명 적발해 징계 청구
A 변호사는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23일 동안 3,352차례 구치소를 방문해 수용자를 접견했다. 2015년 1월에는 매일 구치소를 찾아 모두 772차례 접견했다. 한 사람당 7분씩 하루 평균 37차례 접견한 셈이다. 접견기록 등에 따르면 접견시간은 0~30분이다. 0분은 변호인이 수감자와 1분 미만을 대면한 뒤 접견실을 떠난 것을 뜻한다. 의뢰인에게 말벗을 해주거나 의뢰인을 수용시설에서 잠시 해방시켜 주기 위해 변호사 접견권을 남용하는 ‘집사 변호사’들이 징계 대상에 오르게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구치소 접견을 한 변호사와 이를 지시한 대표변호사 등 8명에 대해 징계개시를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변협은 지난해 7월 서울구치소로부터 장기간 변호인 접견을 반복하거나 단시간에 여러 수용자를 접견한 변호사들의 명단을 통보 받아 조사를 벌인 결과 주말과 법정공휴일을 제외한 대부분을 빠짐없이 접견에 쓴 변호사들이 적발됐다.
집사 변호사는 법정이 아닌 구치소가 변호사 업계의 블루오션이 된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치소에서는 한 달에 130만원이 적정한 접견 비용으로 형성돼있다”고 전했다. 주 5회 접견신청을 해주고 실제 접견은 3차례만 하는 대가다. 나머지 이틀은 수용자가 접견실로 나올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해주고 접견을 취소한다고 한다. A 변호사가 수감자 37명을 하루에 접견했다면 그가 ‘적정가액’으로 벌어들인 한달 수입은 4,810만원으로 추산된다. 수용자 1명을 하루 2차례 접견했다고 보더라도 2,340만원에 달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집사 변호사들의 접견시간은 피고인ㆍ피의자의 변소를 듣고 복잡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정당한 변론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이라며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려고 접견권을 남용한 것은 변호사 윤리에 어긋나고 변호사 전체의 명예를 떨어뜨릴 우려가 커서 이들에 대한 징계개시를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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