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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英본사 2004년부터 문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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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英본사 2004년부터 문제 알고 있었다

입력
2016.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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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안전에 관한 정보 자료에 ‘PHMG 독성 데이터 없음’ 명시

유해성 검증 문제 인지 드러나

보고서 조작 등 개입 정확 포착…檢, 본사 관계자 3명 소환 조율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던 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던 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영국 본사가 2004년부터 제품의 유해성 검증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유해성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 및 증거인멸 등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 본사 관계자 3명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는 2004년 한국 법인으로부터 판매 중인 제품 목록을 요청해 받은 뒤 각 제품마다 안전 정보를 담은 ‘안전제품안전정보자료(PSDS)’를 한국 법인으로 보냈다. 이 자료에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에 대해 ‘정보 없음(No Data)’이라고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본사가 한국 법인에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실험 필요성을 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확인되면 이후 신현우(68) 전 대표에 이어 대표를 맡은 존 리(48ㆍ미국)씨, 거라브 제인(47ㆍ인도)씨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 적용 가능성이 커진다.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보다 면밀히 파악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1년 11월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56ㆍ구속기소) 교수가 옥시 측의 의뢰를 받아 PHMG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본사 글로벌 연구개발(R&D) 담당 직원이 참석했다. 조 교수는 이 자리에서 PHMG에 노출된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가 사망하는 등 PHMG의 생식독성이 확인된 실험결과를 밝혔다. 같은 해 말 한국 법인이 조직한 대응팀에 본사 R&D 담당과 연구소 연구원들이 급파돼 합류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한국 법인에 PSDS를 보낸 본사 직원과 한국 법인의 회의 등에 참석한 외국인 관계자들 3명이 당시 영국 본사의 역할과 움직임을 잘 알고 있다고 판단,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조사해 봐야 영국 본사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분명히 인식했다면 증거인멸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2011년 이후 한국 법인의 증거인멸 과정이 본사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되면 본사로 수사 확대는 불가피하다.

검찰은 31일 신 전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한다. 옥시 선임연구원 최모씨와 ‘세퓨’ 제조업체 버터플라이이펙트 오모 대표 등도 구속기소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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