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올려도 신흥국 긴축발작 가능성 낮아”
6월 금리 인상설엔 “관련 통계 검토” 신중
제임스 블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0일 “중앙은행이 구조조정에 직접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견을 전제로 했지만,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출자 등의 방식으로 기업구조조정 재원을 대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블라드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국내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만약 미국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개인적인 의견은 중앙은행이 구조조정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은 장기적 관점에서 거시경제정책을 수행하고, 구조조정과 관련한 문제는 세금을 내는 국민의 의견 등을 고려해 의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한은이 나서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블러드 총재는 또 “한국 등 신흥국의 준비가 충분하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긴축발작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신흥국의 통화가치ㆍ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간 현상이다. 이어 그는 “세계금융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준비가 잘 돼 있다”며 “지난해 12월 인상 때와 달리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 충격 우려를 일축했다. 앞서 연준은 0~0.25%의 초저금리 정책을 7년간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현재 수준(0.25∼0.5%)으로 올린 뒤 지난 4월까지 동결했다.
“몇 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으로 더욱 힘이 실린 6, 7월 금리 인상설에 대해선 “모든 정보를 종합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ㆍ경제지표 의존)’하게 이뤄진다”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관련 통계지표를 검토한 뒤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6월 통화정책회의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미리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블라드 총재는 연준 위원 중에서도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인물로, 다음 FOMC는 6월 14, 15일 열린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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