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결과 근거로 촉구… 교육청들 “재정 여건상 부담 못해”
보육대한 현실화 가능성 높아져… 유치원들 “교사 월급 못 줄 판”
지방교육청 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감사원 감사를 근거로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서울ㆍ경기 등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만 편성한 시도교육청들은 재정 여건상 누리과정예산을 부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서 연초에 이어 다시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3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ㆍ경기ㆍ인천ㆍ강원ㆍ충북 등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전국 10개 시도 교육청에 예산을 편성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 차관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된 법령 해석 문제가 결론났고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건이(여유 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며 “시도교육청은 정치적 논쟁을 중단하고 교육적 관점에서 조속히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현재로서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추경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감사원은 각 교육청의 재정 여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ㆍ경기 등 9개 교육청은 누리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여력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시도 교육감 의무로 강제한 교육부의 시행령도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각 시도교육청은 재정 여건상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감사원 감사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는 감사원의 법률 자문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20대 국회에서 법률을 위반하는 시행령 문제,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 지원의 문제, 누리과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을 근본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연초에 벌어졌던 양측의 대치가 고스란히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 누리 예산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관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0)원장은 “양쪽 다 조금씩 양보해주길 기대했는데 또 똑같은 말만 해 답답하다”며 “당장 6월부터 어린이집 보조교사 인건비(교사 1인당 약 7만~8만원)가 끊기게 됐다”며 “언제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 예산을 각각 4.8개월씩 편성한 서울교육청은 5월말로 예산이 모두 바닥났다. 어린이집은 교육청-사회보장정보원-카드사를 거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는데 추후 예산이 편성되면 교육청으로부터 받기로 하고 카드사가 대납하는 형태로 당분간 누리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청으로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지원 받는 유치원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6월부터 원장들이 대출을 받거나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 비용(22만원)을 부담시키는 고육책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들이 의무 편성하도록 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연초에 이어 보육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정은 19대 말에 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상임위조차 통과 못하고 폐기됐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