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고단자 원로들 사퇴 촉구
“국회의원 겸직 홍 이사장이 유일
부정선거 잡음에 경비 무단 사용”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국기원 이사장직을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문종 이사장은 30일 오후 국기원을 통해 ‘태권도인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 국기원 이사장직을 연임할 뜻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홍 이사장은 2013년 6월 17일 국기원 이사회를 통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국기원 이사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홍 이사장 임기는 다음 달 16일로 끝이 난다.
이에 앞서 태권도 9단으로 이뤄진 고단자 원로들이 홍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태권도 원로 약 15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홍 이사장의 연임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홍 이사장은 선출 과정에서부터 정관을 지키지 않는 부정선거로 잡음이 있었고, 취임 후에는 고가의 관용차 구입, 이사 단독 임명, 국회의원 동료 2명 등과 로스앤젤레스 외유를 가면서 국기원 경비를 사용해 큰 물의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또 2014년 4월부터 시행된 국회의원 겸직 금지에 따라 그 동안 23명의 국회의원이 체육단체장에서 모두 물러났음에도 현직 새누리당 의원인 홍 이사장만 겸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원로들의 대표격으로 집회를 주도한 박광열(80)씨는 “외국에서 고생하며 태권도 보급에 힘써 온 많은 해외 사범들은 이제 국기원을 더 이상 본산으로 여기지 않는다”면서 “국기원은 한 해 85억원을 단증 발급으로 벌어들이는데 이 중 60%인 50억원 정도가 해외 태권도장에서 나온다. 현재 미국의 수천개 태권도 도장 중 국기원에 단증 발급비를 매년 보내는 도장은 8% 정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후 크고 작은 구설에 올랐던 홍 이사장에 대한 태권도계의 날 선 비판과 사퇴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홍 의원은 국기원 내 갈등 조장뿐 아니라 자신만의 조직인 것처럼 사유화하려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국기원은 일정 기금을 내면 태권도 유단자들에게 속성으로 단증을 높일 수 있는 ‘특별심사’를 추진했다가 태권도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기금 제공 백지화와 각 단계별 별도 심사 등의 보완책을 내 놓은 바 있다. 3월에는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가 “4ㆍ13 총선을 앞두고 이사장직 유지 상태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홍 이사장은 국기원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기원은 한차례 연임한 8명의 이사들이 최근 임기만료로 물러난 가운데 홍 이사장의 연임의사 철회에 따라 내달 1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이사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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