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춤 ‘심청’ 엄은진-장윤나, 발레 ‘심청’ 문훈숙-김인희

강력한 서사로 창극,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공연으로 변주됐던 심청전이 올 여름에는 한국무용과 발레로 각각 환생한다. 6월 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심청’은 한국무용 명인 김매자의 안무, 소리꾼 안숙선의 완창으로 2001년 초연한 작품을 재정비했다. 같은 달 11~20일 예술의전당에 선보이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심청’은 1986년 초연 후 발레단의 간판 레퍼토리가 된 창작발레다.

두 공연에 평생지기 춤꾼들이 심청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2003년 국립무용단에 함께 입단한 장윤나(34), 엄은진(36)은 안무가 김매자가 직접 맡았던 주인공 심청 역을 꿰찼다. 발레 ‘심청’의 초연 무용수 문훈숙(63) UBC 단장과 김인희(63) 서울발레시어터(SBT)단장은 ‘중년 심청’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여백미 강조한 시 같은 ‘심청’

3막 '그림자 춤'을 함께 추는 엄은진(오른쪽) 장윤나. 두 사람은 "심청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눈으로 다 확인이 되지 않은 여운이 남는 게 이번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처음 작품을 봤을 때 이야기가 있는 ‘극무용’이 아니라서 좀 놀랐죠.”(장윤나) “심청이랑 심봉사가 무대서 한 번도 안 만나요. 관객 각자가 해석하게 펼쳐두는 시(詩) 같은 춤이죠.”(엄은진)

3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장윤나, 엄은진은 처음 맡은 심청 역할에 달뜬 표정이 역력했다. 장윤나는 “장면별로 강하고 간결한데, 장면 장면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약하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춤의 호흡으로 감정을 채우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춤으로 듣는 소리, 소리로 보는 춤’이라는 부제를 단 국립무용단의 ‘심청’은 판소리 구절을 춤을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생사별리(生死別離), 반포지효(反哺之孝), 범피중류(汎彼中流), 수중연화(水中蓮花), 천지광명(天地光明) 총 5개장으로 구성된 초연 안무를 독일 출신의 연출가 루카스 헴레프가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해 김매자와 다시 다듬었다. 헴레프는 “지난 공연을 영상으로 봤을 때 무용수가 음악에 짓눌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판소리는 매우 강렬하면서 독자적인 음악이라 무용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끌어낼 지가 이 작품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판소리 완창 위주였던 기존 음악에 종소리, 파도 등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더 풍성하게 보완했다. 새로 추가된 3장, 인당수에 뛰어들기 전 심청의 복잡한 내면을 담아 두 명의 심청이 그림자처럼 함께 춤추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이렇게 둘이 주인공이 된 적이 처음인데, 주인공이 아닌 날도 ‘그림자’를 함께 추기 위해 무대에 올라요. 서로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으니 (이 장면)조율이 잘 됐어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힘이 되죠.”(엄은진)

서로의 춤을 평해달라는 요청에 장윤나는 엄은진을 “내면의 풍부함을 절제하면서 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심청”이라고, 엄은진은 장윤나를 “시원시원하다. 여린 듯 강한 심청”이라고 표현했다. 키 174㎝의 훤칠한 장윤나가 감정을 절제하는 ‘외유내강’의 심청을 선보인다면, 165㎝의 비교적 아담한 엄은진은 야무지고 강인한 ‘외강내유’의 심청을 연기한다. (02)2280-4114

우리 몸에 맞는 발레 ‘심청’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 심청의 포즈를 따라하는 문훈숙(왼쪽) 김인희 단장. "실제 공연에 이런 동작은 없다"는 유머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그 전까지는 남의 옷을 빌려 입고 추는 느낌이었다면 ‘심청’은 우리 몸에 맞는 맞춤복 입은 듯했죠.”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문훈숙, 김인희 단장은 딱 30년 전 발레 ‘심청’을 처음 접했을 때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986년 초연 후 여전히 한국 창작발레의 최고봉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심청’은 평론가 박용구의 대본을 토대로 UBC 초대 감독 애드린 델라스가 안무를 선보인 후 로이 토비아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유병헌 등이 계속 작품을 보완했다. 김 단장은 “초연 때 심청은 문 단장이 맡았고 저는 바다여왕 역이었다”며 “당시로서 볼 수 없던 재즈 스타일의 춤을 출 수 있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단장이 심청 역에 같이 캐스팅된 건 이 작품이 대대적으로 개작된 1988년부터다. 이후 작품은 프랑스 파리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비롯해 13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발레단 해외공연 핵심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선화예중 1학년시절부터 ‘39년 지기’인 두 사람은 전성기시절 흑조(김인희)와 백조(문훈숙)로 불릴 만큼 정반대의 춤을 선보였다. 같은 무대에 선 것이 얼마만이냐는 질문에 “주인공에 더블 캐스팅된 적이 많아 같은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었다”(김인희)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올 만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주역을 꿰찼다. 심청은 그들이 나란히 같은 무대에, 때로 같은 배역으로 만난 흔치 않은 인연의 작품인 셈이다.

“심청은 연기, 음악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역이고, 클래식발레 중에서 한국춤 동작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저나 김 단장은 한국무용 공부하다 발레를 전공해서 그런 춤을 추기 맞죠.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을 거예요.”(문훈숙)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1막 서곡, 3막 심청과 심봉사 상봉 장면에서 카메오로 등장한다. 토슈즈를 신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만큼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춤추기보다)발레 해설이 10배는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주인공 심청이 입는 문 라이트 파두되 의상을 입는다면 2번쯤 생각했을 텐데, 왕비옷이니까 가리고 싶은 곳은 가리고 나와요.”(김인희) “지금도 주책이라고 하지만, 더 할머니 전에 무대 오르려고요.”(문훈숙) (070)7124-1737

이윤주 기자 misslee@misslee@hankookilbo.com

창작 30주년을 맞는 발레 ‘심청’ 원년 멤버 문훈숙(왼쪽) 유니버설발레단 단장과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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