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던 한국여자골프가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당초 한국여자골프의 대항마는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 노무라 하루(24ㆍ일본), 이민지(20ㆍ호주)로 대표되는 동포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순수’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이 3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킹스밀 챔피언십에 이어 볼빅 챔피언십까지 최근 3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모두 쓸어담았다. 한국 선수의 우승은 지난 2일 노스 텍사스 슛아웃(신지은) 이후 명맥이 끊겼다. 쭈타누깐뿐 아니라 렉시 톰슨(21ㆍ미국), 브룩 헨더슨(19ㆍ캐나다) 등도 한국여자골프의 독주를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동포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은 이날 새롭게 발표된 LPGA 투어 각 부문 순위에서 1~3위를 점령했다. 리디아 고(110만2,829달러)와 쭈타누깐(88만2,820달러), 노무라 하루(69만6,324달러)는 각각 상금랭킹 1~3위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1위는 리디아 고(128점), 2위는 쭈타누깐(116점)이다. 톱10 피니시율(헨더슨ㆍ69%)과 드라이버 비거리(톰슨ㆍ284.314야드), 페어웨이 적중률(모 마틴ㆍ87.7%)은 물론 버디수(헨더슨ㆍ210개), 이글수(톰슨ㆍ10개)에서도 1위는 외국인 선수다.
평균최저타수와 그린적중률에서 장하나(24ㆍBC카드)가 선두에 올라 있지만, 두 부문 모두 2위와는 한 끗 차이다. 평균최저타수의 경우 0.069타, 그린적중률은 2.7%차이다. 한국 선수의 1위가 확실시 되는 부문은 신인왕이 유일하다. 전인지(560점)가 신인왕 포인트에서 2위 가비 로페즈(207점)를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한국여자골프가 올 시즌 LPGA 투어 각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내준 데는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박인비는 올시즌 출전한 9개 대회에서 기권 3회, 컷오프 1회, 중위권 3회(공동 30위 2회ㆍ공동 68위 1회)를 기록했다. 제 기량을 발휘한 대회는 기아 클래식(준우승)과 ANA 인스퍼레이션(공동 6위)이 전부다. 왼손가락 인대 부상 여파 탓이다. 2위 박인비(8.61점)는 세계랭킹에서 3위 톰슨(7.82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박인비가 주춤하면서 1위 리디아 고(13.19점)는 자연스레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여자골프의 8월 리우 올림픽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순 상위 4명은 30일 현재 박인비, 김세영(5위), 전인지(7위), 장하나(8위)다. 4명 중 전인지를 제외하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장하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과 빈혈 증세로 지난 한달 간 휴식을 취했으며 김세영도 4월까지 컷탈락과 상위권을 오가는 성적을 보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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