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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설움 한 방에… ‘킴콩’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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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설움 한 방에… ‘킴콩’의 탄생

입력
2016.05.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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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원정 선발 출전

ML 데뷔 첫 홈런이 결승타

쇼월터 “4할 타자 뺄 이유 없다”

라이벌 슬럼프 속 주전 굳히기

동료들은 감동의 ‘침묵 세리머니’

현지 언론 ‘킴콩’ 새별명 붙여줘

대호ㆍ병호ㆍ정호는 나란히 침묵

김현수(볼티모어)가 30일 클리블랜드와 원정경기에서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폭발시키고 있다. USA투데이 뉴스1
김현수(볼티모어)가 30일 클리블랜드와 원정경기에서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폭발시키고 있다. USA투데이 뉴스1

김현수(28ㆍ볼티모어)가 그 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털어내는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터뜨렸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17번째 출전 경기, 47타수 만에 나온 마수걸이 홈런이다.

더욱이 그의 첫 대포는 결정적인 순간 나왔다. 4-4로 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투수 제프 맨십의 5구째 시속 148㎞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볼티모어는 리드를 지키면서 결국 6-4로 이겼고, 김현수의 홈런은 결승타로 기록됐다. 이로써 김현수는 26일 휴스턴전 이후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0.386에서 0.383(47타수 18안타)으로 약간 떨어졌다.

벤치 신세, 유턴설에서 극적인 반전

김현수는 지난해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와 한국의 ‘프리미어 12’ 우승을 이끌고 당당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약 83억2,400만원)에 계약했다.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주전 좌익수로 점 찍었지만 금세 등을 돌렸다. 시범경기에서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율 0.178(45타수 8안타)에 그치자 오히려 압박을 줬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요청했고, 구단은 ‘한국 유턴설’까지 흘렸다.

이에 김현수는 계약 당시 조항에 넣은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사용해 개막 로스터(25명)에 진입했지만 4월5일 미네소타와 개막전에서 선수 소개 때 볼티모어 홈 팬의 야유를 받았다. 김현수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꾸준히 안타를 치며 경쟁력을 입증했고, 지난 26일 휴스턴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3타수 3안타를 친 뒤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극적인 첫 홈런까지 쳤다. 코너에 몰릴수록 더욱 강해졌던 김현수만의 극적인 반전이다. 그는 두산 시절에도 신고 선수에서 국가대표 간판 타자까지 드라마 같은 성장을 이뤘다.

김현수가 홈런을 터트린 후 후속타자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현수가 홈런을 터트린 후 후속타자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제는 흔들림 없는 ‘주전 굳히기’

‘한국산 타격 기계’의 능력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볼티모어가 그를 영입할 당시 한국프로야구에서 10년 동안 출루율 0.406을 기록한 것에 주목하며 테이블 세터(1~2번 타자) 후보로 꼽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시즌 초반 주로 하위 타순에 이름을 올렸던 김현수는 최근에는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는 2번 타자로 올라왔다. 앞서 그는 9번 자리에서 가장 많은 22타수를 소화했다. 그러나 이제 쇼월터 감독이 팀 내 가장 높은 출루율(0.463)을 기록 중인 출루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더구나 김현수는 이날 홈런으로 장타력까지 입증했다. 최근 5경기에서 나온 장타는 3개(홈런 1개, 2루타 2개)로 주전 외야수로 뛰어야 할 명분을 확실하게 쌓았다. 쇼월터 감독은 29일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4할 타자를 라인업에서 뺄 이유가 없다”고 김현수에게 달라진 시선을 보냈다. 반면 시범경기에서 김현수를 밀어내고 주전 외야 한 자리를 꿰찬 조이 리카드(25)는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을 했던 리카드는 타율이 0.247까지 떨어졌다. 최근 7경기 성적은 0.118(17타수 2안타), 15경기 성적 역시 0.163(49타수 8안타)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현지 언론도 반색 “킴콩이라 부르자”

현지 언론도 김현수의 첫 홈런을 반겼다. 볼티모어 지역 방송 MASN은 30일 “이제 그를 ‘킴콩(Kim Kong)’이라고 불러야 된다”며 “나무랄 데 없는 타이밍이었다”고 전했다. ‘킴콩’은 김현수 영문 성(Kim)과 ‘킹콩(King Kong)’을 합성해 만든 말이다. MASN은 이어 “김현수는 더그아웃에 돌아온 뒤 전통에 따라 완전히 소외됐다”면서 “잠시 침묵의 시간이 있고, 모든 선수들이 김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와 악수를 나눴다”고 세리머니 장면도 언급했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가 1만8,565명의 클리블랜드 팬 앞에서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렸다”며 “김현수의 파워는 캠프 때부터 꾸준히 발전했는데 이날 스윙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올 시즌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현수가 KBO리그에서 통산 142개의 홈런을 때렸다고 소개했다. 김현수는 경기 후 현지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항상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홈런은 지나간 일이니까 잊고 다음 경기를 생각하겠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한편 미네소타 박병호(30)는 이날 시애틀전에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에 그쳤다. 그는 2경기 연속 침묵했지만 팀은 5-4로 이겼다. 시애틀 이대호(34)는 한국인 타자 맞대결에서 9회말 2사 후 대타로 나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피츠버그 강정호(29) 역시 텍사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팀은 2-6으로 졌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34)은 팀이 워싱턴에 2-10으로 져 등판하지 않았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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