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싱크탱크 등 포함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 경계해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역대 정부의 정책 브레인들이 30일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통령이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구체적인 청사진조차 없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립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는 현 구조조정 국면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광두(이하 가나다순) 서강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이원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10명은 이날 ‘구조조정,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광두 교수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이던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이고, 백용호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들은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표출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관료들의 책임회피 성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한국 경제의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면서 구조조정의 네 가지 원칙과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이들은 “정부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눈앞의 문제만을 미봉하는 태도를 버리고, 경제현실을 엄정하게 진단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컨트롤타워는 밀실에 숨어서는 안 되며, 국회와 협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궁극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오로지 대통령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구조조정이 ‘비용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부실 책임이 있는 주체에 대한 응분의 법률적 책임을 묻고 합당한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법 제도와 관행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으로 대주주와 경영진은 물론 국책은행과 청와대, 관련 정부부처를 꼽았다. 노조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 등 자구노력에 적극 나서야 하며,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고통이 집중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이들은 “추경과 증세 등 재정과 공적자금,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양적완화 등 다양한 비상수단을 신중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국회의 사전 동의와 사후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참여한 김광두 교수와 김호기 교수 등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절박함에 이번 성명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