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운행서 자동 대신 수동운전
시속 40㎞로 과속… 6억원 피해
7월 개통하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열차가 ‘수동운전’(FM모드)으로 시험 운행 중 다른 열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30일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 30분쯤 남동구 운연동 차량기지를 출발한 A열차가 운연역과 인천대공원역 사이 멈춰있던 다른 B열차를 들이 받았다. 이들 열차는 노선 끝에서 끝까지 운행해보는 일주시험을 위해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B열차는 운연역에서 정차 중인 C열차를 보고 멈췄으나 A열차는 역 사이에 정차한 B열차를 늦게 발견했다. 약 시속 40㎞의 속도로 달리던 A열차는 당시 비상제동을 했으나 70여m를 밀려가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이들 열차는 모두 FM모드로 이동했으며 관제소에도 이를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FM모드에선 열차와 관제소간 통신이 두절돼 관제소에서 열차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결국 기관사는 시야에만 의존, 운전하게 돼 ‘깜깜이모드’로도 불린다.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지만 사고 당시 관제소의 철도본부와 시공사 현대로템 측 관계자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기관사 없이 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운행할 예정인 인천 2호선은 자동운전을 하기 위해선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4, 5시간 정도가 소요되자 현대로템 측에서 시간 절약을 위해 FM모드로 이동했다는 것이 철도본부 측 결론이다. 수동운전이나 제한적 수동운전(RM모드) 시에는 열차 속도가 시속 15㎞ 정도로 제한되나 사고 직전 FM모드에서 40㎞까지 속도를 낸 것으로 드러나 안전 불감증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철도본부 측은 “현대로템의 기관사가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전방 주시도 소홀히 해 발생한 일로 무인 운전 시에는 열차방호시스템이 작동돼 추돌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며 “(인천 2호선 운영사인) 인천교통공사 노동조합 쪽에서 시스템에 오류가 있지 않느냐, 운영 인력이 부족하지 않느냐 문제 제기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돌 사고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열차 연결기 등이 손상돼 피해액이 자재비만 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본부는 사고 열차에 대한 수리를 6월 중으로 마치고 7월 30일 예정대로 개통할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m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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