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번역원은 30일 학생들에게 고전 콘텐츠를 손쉽게 전달해주는 고전 애플리케이션 ‘고구마’(고전에서 구하는 마법 같은 지혜)를 공개했다.
선조들의 기록물을 번역하기 위해 1965년 설립된 민간단체 민족문화추진회가 2007년 공공기관으로 변화한 번역원은 조선왕조실록 등 거대 기록물 번역에 집중해온 기관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오늘날 쏟아져 나오는 각종 조선시대물은 번역원이 1971년부터 1993년까지 22년만에 완역한 실록 덕분에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26년을 들인 ‘한국문집 총간’발행에 이어 승정원일기와 일성록 번역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고전 번역은 한자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당대의 정치 사회적 배경까지 알아야 가능한 작업이라 극히 까다롭다. 번역원 관계자는 “한자를 배우고 익히는 데만도 7년여 정도가 걸리지만 실제 번역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3년여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번역가 1명 양성하는 데 10년 정도 걸리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번역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간격을 줄이기 위해 번역원은 옛 자료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콘텐츠기획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초ㆍ중ㆍ고등학생을 겨냥한 ‘고구마’는 그 첫 작품이다.
앱 스토어에서 ‘한국고전번역원’으로 검색해 앱을 다운받아 두면 우리 고전을 소재로 한 책, 애니메이션, 엽서, 웹툰 등을 다양하게 받아볼 수 있다. 1,000만원을 들여 5개월 동안 개발한 것으로 푸시 알림 기능이 있어 관련 콘텐츠가 업그레이드되면 자동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뒀다. 학생들이 재미삼아 쓸 수 있도록 캐릭터화된 ‘고구마 친구들’까지 만들었다. 배민정 고전번역원 콘텐츠기획실 연구원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어떤 콘텐츠가 좋을까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사관의 평이 들어가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내 대중적으로 풀어서 쓴 책 ‘사필’도 함께 선보였다. ‘승정원 일기’를 바탕으로 한 ‘후설’을 2013년 내놓은 데 이은 두 번째 결과물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번역이나 내용 측면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의 작품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후설’의 경우 베스트셀러 수준으로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두 번째 책을 준비했다”며 “다음에는 일성록을 바탕으로 한 대중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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