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A씨는 노령견 ‘해피’가 최근 식욕이 떨어져 건강에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걱정했지만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해피는 평소 활달한 성격이지만 병원에만 가면 겁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려동물이 많다. 개나 고양이가 하얀 의사가운을 입은 수의사를 보면 혈압이 오르고, 헐떡이며 구토나 설사, 심지어 공격성을 보이는 증상을 ‘화이트 코트 신드롬’이라 부르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병원 방문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낯선 환경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수 있다. 또 예전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유쾌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컬럼비아 대학 심리학 교수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박사는 저서 ‘개의 사생활’에서 병원 내에 가득 찬 다른 개의 냄새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개는 항문 안쪽에 위치한 항문낭에서 각각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개가 두려워하거나 놀라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항문낭에서 분비물이 나온다. 이에 더해 수의사들은 검진할 때 개의 항문낭을 눌러 그 안에 분비물을 빼내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항문낭 분비물 냄새가 병원에 가득 차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냄새는 개의 두려움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병원에 방문할 때 반려견이 편안하게 느끼게 만들도록 반려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동물전문매체 바크포스트는 병원을 무서워하는 반려견의 두려움을 줄여주는 방법을 소개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병원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만큼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반려견과 함께 병원을 방문하기 전 미리 전화를 걸어 한가한 시간을 확인하고, 진찰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는 전화나 반려인이 혼자 미리 병원에 방문해 알려주는 것도 반려견이 병원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또 진료를 기다려야 한다면 병원에서 기다리지 말고 병원 주변을 산책하거나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것도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려견과 집에서 병원놀이를 한다.
수의사는 반려견 진찰시 눈과 귀, 치아, 피부 등 몸 상태를 검사하면서 밝은 빛이나 반려견이 익숙하지 않은 기구들을 사용한다. 집에서 미리 반려견의 관절을 촉진해보고 귀 안을 살펴보는 등 반려견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 받는 경험을 하도록 연습해보면 병원에서의 진찰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반려견이 놀이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을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소심한 성격을 가진 반려견 일수록 모르는 사람이 있는 병원에 가는 것을 더욱 두려워할 수 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과는 반대로 병원에 반려견의 소심한 성향에 대해 먼저 알리고, 병원이 한가한 시간에 방문해 병원 직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병원에 가면 자기를 예뻐하고 간식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의사나 동물을 다루는 직원이 직접 장난감과 간식을 제공하게 하면 진찰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반려인이 침착해야 한다.
진찰을 받을 때 반려인이 반려견 옆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는 주인의 표정,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인이 걱정하면 더 두려워할 수 있다. 반려견을 안심시킨다고 여러 말을 걸기보다 말 없이 있는 것이 더 낫다. 또 반려견이 진찰을 받을 때 앉아, 기다려, 엎드려와 같은 명령을 들으면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반려인의 명령에 집중하게 된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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