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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선량한 사람들

입력
2016.05.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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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따르는 신도가 많은 성직자들보다 인격이 높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거창하지 않지만 가슴에 와 닿고, 내면에서 오랫동안 메아리 친다. 권위라곤 없는 그들의 행동은 평범하고 자연스러워 얼핏 대수롭지 않게 보일 때가 있지만, 놀랍게도 그들 때문에 벽 같던 마음이 움직인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실속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물렁해 보이는 그들은 타인들로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변해야 산다는 말 역시 빼놓지 않고 듣는 충고이다. 충고하는 자들은 대체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선함은 본능적인 것이고, 계산의 형식을 갖지 않는다. 테레사 수녀에게 우리가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충고할 수 없었듯이 그들에게도 그런 충고를 자제해야 함에도 우리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좁은 소견으로 그들을 판단할 때가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이따금 가는 카페의 여주인도 내겐 높은 인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도량이 넓은 그녀의 카페에서 나는 친구들과 만나 육천 원에 맛있는 점심과 곁들여 차를 마시고, 그녀가 가난한 행상이나 불행한 이웃과 친족처럼 교감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렇게 퍼주다가 곧 망할 거라고 걱정하는 우리의 말에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은, 단연코 없었다. 자신을 미화시키지도 합리화하지도 않는 그녀 역시 내겐 완숙한 사람으로 보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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