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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대세가 돼버린 ‘수입’ 트럭과 모터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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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대세가 돼버린 ‘수입’ 트럭과 모터사이클

입력
2016.05.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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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카고)트럭 TGS 480. 만트럭버스코리아 제공
화물(카고)트럭 TGS 480. 만트럭버스코리아 제공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을 사상 최대인 15.5%까지 끌어올린 수입차가 트럭과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성장세는 승용차도 앞지를 정도다. 품질과 효율성으로 무장한 수입차의 위세에 국산 트럭과 모터사이클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진격의 수입 대형 트럭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7,515대였던 국산 대형 트럭 판매량은 지난해 5,283대로 4년 동안 30%나 급감했다. 이 물량을 가져간 곳은 수입업체인 볼보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다. 이 업체들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2,211대에서 4,090대로 2배 가까이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효율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수입 트럭이 약진하는 이유로 분석한다. 대형 트럭 소비자는 90% 가량이 개인 사업자다. 장거리를 달리며 화물을 나르는 이들은 통상 연간 15만~20만㎞를 달리기 때문에 연비가 뛰어나고 잔고장이 적은 트럭을 선호한다. 유류비를 아끼고 정비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형 트럭은 승용차처럼 실험실에서 연비를 시험할 수 없어 제품간 연비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스웨덴, 독일 등 일찌감치 디젤 엔진을 연구해온 유럽 국가의 기술력과 프리미엄 이미지 탓에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이 점점 수입 트럭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사실상 강점이 되지 못한다. 25톤급 화물(카고) 트럭인 현대자동차 엑시언트(1억7,000만원대)는 볼보트럭 FH(2억4,000만원대), 만트럭 TGS 480(1억8,000만대) 등보다 가격은 낮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용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은 수입 트럭에 보다 높은 점수를 준다.

지난해 1월 대형 트럭들에 디젤차량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적용된 것도 최근 수입 트럭의 인기를 가속화했다. 유로6 기준에 맞는 각종 장치를 설치하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인 유럽의 트럭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대량 양산했다. 최근 원ㆍ유로 환율 하락으로 가격 상승폭도 5%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10% 이상 가격을 올려 수입 트럭과의 가격 차이가 좁혀졌다.

수입 트럭의 공세에 위기 의식을 느낀 현대차는 최근 업계 최초로 대형트럭 엑시언트의 엔진ㆍ동력 계통 무한 보증 서비스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품질과 경제성에서 밀렸지만 국산차의 강점인 서비스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전주상용차 공장 신ㆍ증설과 신차 연구개발 등에 총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6-05-29(한국일보)
2016-05-29(한국일보)

수입 모터사이클의 독주 시대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의 황금기는 이미 10여 년 전에 막을 내렸다. 1997년 연간 30만2,000대로 최고점을 찍은 모터사이클은 이후 판매량이 뚝뚝 떨어져 2005년 10만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번도 10만대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국산과 수입 모터사이클을 합쳤을 때의 통계다. 수입 모터사이클만 따로 떼놓고 보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BMW는 240대에서 지난해 1,946대로 8배, 할리데이비슨은 436대에서 1,962대로 4.5배나 증가했다. 혼다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보다 많은 1만4,505대의 모터사이클을 판매하는 등 국내 업체인 KR모터스(옛 S&T모터스)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반면 국내 1위 대림은 10년간 이렇다 할 모델을 내놓지 못하며 판매량이 반토막(7만여대→3만6,600여대) 났다. KR모터스의 판매량도 연 2만대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다.

수입 스쿠터 PCX. 혼다 제공
수입 스쿠터 PCX. 혼다 제공

수입 모터사이클의 질주는 모터사이클의 용도 자체가 배달용에서 레저용으로 변화했는데도 국내 업체들은 그에 어울리는 제품을 제때에 내놓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난달 출시돼 한달 여간 1,182대나 팔리는 등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혼다의 ‘2017년형 PCX’는 스쿠터인데도 고급차 부럽지 않은 도난방지경보 및 위치알림 기능을 갖춘 스마트 키가 적용됐다. 가격은 국산보다 몇 배 비싸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연비가 54.1㎞/ℓ나 돼 국산 모터사이클 위주였던 배달용으로까지 판매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PCX 덕에 혼다의 1~4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나 증가한 4,470대를 기록했다. 혼다 모터사이클이 국내에 진출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레저용 모터사이클 중에서는 1.0ℓ 엔진으로 199마력을 발휘하는 BMW의 ‘뉴 S1000 RR’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가격은 웬만한 자동차보다 비싼 2,590만원이나 되지만 국내 업체에서는 이와 겨룰 수 있는 모터사이클 자체가 없다.

김영호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 부회장은 “시장이 줄어든데다 모터사이클 용도가 레저용으로 변화하는 시점에 경쟁력 있는 신기종을 내놓지 못해 수입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국산 업체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모터사이클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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