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변론’거액 수임료 미신고
2013년에만 5억 이상 탈세
檢, 특가법 적용 금명 영장 청구
변호사법 위반도 적시할 방침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개업 후 총 14억원 안팎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검찰이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2013년 한 해의 탈세 규모만 5억원이 넘는 사실을 확인, 이에 대해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검찰은 이르면 3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27일 홍 변호사를 소환 조사한 내용을 그의 사건수임료 및 소득 신고내역, 계좌추적 결과 등과 비교 분석한 뒤, 이 같은 처리방향을 정했다. 검찰은 2011년 9월 변호사로 개업한 그가 지난해 말까지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수십억원을 고의로 신고하지 않아 총 13억~14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사실을 파악했다. 홍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소득 신고에서) 다소 불찰이 있었다.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며 탈세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2013년 하반기 1조3,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현재현(67ㆍ수감 중) 전 동양그룹 회장 등 재계 유력인사들에 대해 수임계를 내지 않은 채 ‘몰래 변론’을 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신고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또, 자금 추적을 통해 미신고 소득을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 관리업체 A사에 투자, 오피스텔 매입 등에 써서 재산을 증식한 사실도 확인했다.
홍 변호사의 탈세 항목은 국세(수임료)와 지방세(부동산 취득세, 재산세) 등에 두루 걸쳐 있었으며, 2013년 한 해에만 5억원 이상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식 신고소득(91억여원)이 최다였던 때에 탈세액도 가장 많았다. 현행법상 연 탈세액이 5억원 이상이면 검찰의 자체 기소가 가능한 특가법이 적용되지만, 5억원 미만일 땐 과세당국의 고발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13년 탈세에 대해선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사법처리하고, 나머지 연도(탈세액 5억원 미만)에 대해선 국세청이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고발을 요청한 뒤 탈루세금을 합산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및 지방세기본법 위반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홍 변호사가 브로커를 동원해 사건을 수임한 뒤 소개료를 지급하거나 ‘담당 수사팀과의 교제ㆍ청탁’ 등 명목으로 수임료를 챙긴 정황도 포착, 그의 구속영장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사건을 포함해 홍 변호사의 수임 사건을 수사했던 현직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는 물론,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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