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형ㆍ고효율 모델 판매 불티
강원 인제군 북면 주민 박모(67)씨는 20년 넘게 사용하던 에어컨을 버리고 며칠 전 새 제품을 주문했다. 박씨는 “5월부터 푹푹 찌는 날씨는 이 곳에서 산 지 40여년 만에 처음 겪었다”며 “안방에 달았던 창문형 에어컨으로는 더위를 견딜 수 없어 새로 하나 장만했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일찌감치 시작된 불볕더위로 올해 가전업체들의 생산현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달 중순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며 84년 만에 가장 더운 5월 날씨를 보이고 있는데다 8월까지 이런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경남 창원시 휘센 에어컨 생산라인이 지난달 말부터 휴일도 쉬지 않고 가동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LG전자의 5월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이상 증가했고 생산라인 가동률은 140%를 넘어섰다. 이는 에어컨 판매가 가장 호황이었던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사정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년보다 2주 정도 빠른 지난달 말부터 에어컨 생산라인이 풀 가동에 들어갔다”며 “최근 2주간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건 효율성을 강화한 모델들이다. LG전자의 휘센 듀얼 에어컨은 2개의 토출구가 좌우 120도까지 바람을 보낼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인체 감지 카메라를 장착해 최대 5m까지 사람의 수, 위치, 활동량 등을 감지,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자동으로 설정해준다. 만약 한 사람만 있으면 냉기 토출구 2개 중 사람이 있는 방향의 토출구만 사용해 전력 소비량을 절반 가량으로 낮춰 준다.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은 강력한 바람으로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추고 이후에는 에어컨 전면 13만5,000여개의 작은 구멍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냉기 토출구가 모두 닫히는 무풍냉방 모드에서는 전기 사용량을 최대 85%까지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없이 견디거나 구형 에어컨을 사용하던 소비자들까지 절전형 에어컨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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