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등 인사와 주말 회동
참석자들, 대화 내용은 함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충청 대망론’을 지피며 연일 광폭 행보를 하는 가운데 28일 저녁 노신영, 고건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계 원로와 가진 만찬 회동이 주목 받고 있다. 반 총장이 향후 대권 레이스에 나설 경우, 이들이 ‘멘토 그룹’으로 급부상할 수 있어서다.
반 총장이 28일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5층에 자리한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한 원로는 과거부터 인연을 맺어온 관계ㆍ정계ㆍ재계ㆍ언론계 인사 13명이다. 관계에서는 노신영, 고건, 이현재,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외무부 장관을 지낸 노 전 총리는 1970년대 초반 주인도 대사를 지낼 당시 2등 서기관으로 같은 공관에 근무한 반 총장을 총애, ‘반 총장의 멘토’로 여겨진다. 노 전 총리가 1980년대 중반 총리가 되자 반 총장이 총리 의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길 정도였다. 한 전 총리는 유엔총회 의장을 지낼 당시 반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인연이 있다.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국무총리를 지낸 고 전 총리도 반 총장과 관료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 정치근 전 법무부 장관, 정재철 전 정무장관 등 주로 노 전 총리 시절인 1980년대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이 만찬에 참석했다.
정계에서는 충북에서 13~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경식 헌정회장이 참석, 반 총장의 ‘충청 대망론’에 힘을 실었다. 신 회장은 노 전 총리를 통해 반 총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일하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계에선 안병훈 조선일보 전 부사장,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초대받았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이어진 만찬이 끝난 뒤 “의례적인 모임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노 전 총리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그런 것은 모른다”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연일 광폭행보를 하는 반 총장이 언론이 주목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바쁜 일정을 쪼개 원로들과 만난 자리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대선 출마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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