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으로 물놀이 갔다가
어린 제자 3명 휩쓸리자 몸던져
2명 구하고 결국 돌아오지 못해
30대 태권도장 관장이 자신의 몸을 던져 급류에 휩쓸린 어린 제자의 목숨을 구한 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모(34) 관장은 지난 28일 인근 3개 도장 관장과 관원, 가족 40여명과 함께 때 이른 무더위를 피해 강원 홍천군 밤벌유원지로 물놀이를 왔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들은 유원지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27분쯤 갑자기 김모(14)군 등 관원 3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이를 본 김 관장은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제자 2명을 수심이 얕은 쪽으로 밀어내 목숨을 구했다. 그는 물 속에 남아 있는 김군을 구하기 위해 다시 강물에 몸을 던졌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인근을 지나던 카누 동호인 등이 구조에 나서 물속에서 힘이 빠진 김 관장을 건져 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군은 실종 2시간 여 만에 소방구조대에 의해 숨진 상태로 인양됐다. 김군이 발견된 곳은 휩쓸린 곳에서 10m 가량 떨어진 수심 1, 2m 정도 되는 지점이었다. 김 관장이 구조한 10대 2명은 건강한 상태라고 홍천소방서는 전했다.
홍천강은 경관이 수려하지만 물살이 세고 물속 경사가 심한 곳이 많아 수난사고가 잦은 곳이다.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연평균 10명이 넘는 익사자가 발생했다. 한 때 ‘마의 홍천강’이라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홍천소방서 관계자는 “겉으로 보이기는 유속이 잔잔하고 얕은 곳 같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급류를 만날 수도 있는 곳이라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현장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고 현장 인근에는 멀찌감치 보이는 수영금지 경고 문구 외에 구조 및 감시 인력이나 구명조끼 등 장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행정당국 등이 아직 본격적인 물놀이 철이 아니라 인력이나 장비를 배치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홍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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