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중심으로 창궐하는 지카바이러스가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올림픽의 최대변수가 되고 있다. 심지어 전세계 보건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하며 일정 연기 또는 개최지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브라질 당국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보건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일본, 브라질 등 10여개국 출신의 교수 및 의료인 150명은 27일(현지시간)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 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내 지카바이러스 확산이 과학계가 한번도 목격한 적 없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보건당국의 모기 박멸 노력은 기대 이하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올림픽 선수단 및 관광객 50만명이 감수해야 할 위험을 강조하며 “일정을 미루거나 개최지를 바꿔 진행할 수 있는 경기를 이대로 강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공개 성명에는 필립 루빈 전 백악관 과학보좌관, 존 라스트 캐나다 오타와대 전염병학 명예교수 등 세계적 권위의 보건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실제 지카바이러스는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명에 따르면 올해 2~4월 사이 브라질에서만 9만여명의 지카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보고됐고 선천성 소두증 등 관련 기형이 발견된 신생아도 4월 기준 4,900여명에 달한다. 브라질뿐 아니라 중남미 전역으로 퍼진 위기에 미국 수영 대표팀은 최근 올림픽 대비 훈련지를 푸에르토리코에서 애틀랜타로 급히 변경했다.
하지만 WHO는 28일 즉시 응답 성명을 발표해 전문가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WHO는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여러 이유로 국가 간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카바이러스 위험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올림픽 계획 변경이 아닌) 공중 보건 규칙을 따르는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브루스 애일워드 WHO 응급대응팀장은 위험 평가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공중보건 상 올림픽을 연기할 타당한 이유는 없다”고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머스 프리든 센터장 또한 WHO와 동일한 입장을 밝혀 힘을 실었다.
일부 학자들은 보건 관련 정보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27일 공개 성명에 참여한 아트 캐플란 뉴욕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리우 올림픽과 관련된 위험을 객관적으로 판별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독립 전문가들을 초청해 올림픽의 보건 상황을 논의할 회담을 열어 전세계가 볼 수 있도록 생중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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