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캡틴’ 오스마르(28) 때문에 팀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그의 아내 타마라(27)도 남편의 모습을 보며 울고 웃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오스마르는 전반 10분 어이없는 자책골로 선제골을 헌납했다. 유상훈(27) 골키퍼가 골대를 비우고 나와 있는 걸 모르고 백패스를 했는데 그게 데굴데굴 굴러 골이 됐다. 이후 전남이 수비를 촘촘히 하면서 서울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결국 오스마르가 결자해지를 했다.
전반 41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그대로 왼발 강슛으로 꽂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오스마르는 득점 뒤 공을 유니폼 상의 속에 집어넣고 ‘요람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알고 보니 아내 타마라가 임신 7개월째였다. 얼마 뒤 태어날 아들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그는 “사실 지난번에 골 넣고(3월20일 상주전) 세리머니를 깜빡 잊었다. 이 세리머니를 위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웃음 지었다. 생각지도 않은 자책골에 대해 “당황스럽고 기분이 안 좋았다. 다행스럽게 내가 동점골을 넣었다”고 안도했다.
오스마르는 지난 25일 우라와 레즈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 승부차기에서도 서울 선수 중 유일하게 골을 넣지 못했다. 오스마르의 실축으로 패배 직전까지 갔던 서울은 유상훈의 선방으로 힘겹게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최용수(45) 서울 감독은 오스마르를 여전히 신뢰한다. 최 감독은 “선수가 매 경기 100% 경기력을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선수들은 오스마르보다 몇 배 더 많은 실수를 한다. 오스마르는 거의 실수가 없는 친구니 차라리 시즌 초반 이렇게 액땜한 게 낫다”고 기를 살려주었다. 앞으로는 실수할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믿음의 표현이었다. 이어 “오늘 같은 경기는 1골 승부인데 자신이 직접 동점골까지 넣었다. 큰 역할을 해줬다”며 엄지를 들었다.
최근 연이은 실수에도 최 감독이 오스마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FM(필드 매뉴얼 : 야전교범)’으로 통한다. 작년에는 K리그 38경기, FA컵 3경기, 챔피언스리그 7경기 등 48경기를 풀타임 뛰었다. K리그에서 골키퍼를 제외한 포지션의 선수가 전 경기를 풀타임 소화한 건 2007년 성남FC의 장학영(35)과 김영철(40ㆍ현 성남 코치)에 이어 8년 만이고 외국인 필드 플레이어로는 처음이다. 꾸준한 실력과 체력, 철저한 자기관리 등 3박자를 갖췄다는 의미다. FC서울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주장을 맡게 된 이유다.
오스마르는 자기관리 비결에 대해 “좋은 음식과 충분한 휴식이다. 프로라면 자기관리가 최우선인게 당연하다”며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경험도 쌓는다”고 개의치 않아했다.
한편 전북 현대는 상주 상무와 홈경기에서 0-2로 뒤지다가 3-2로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전북은 승점 25로 서울(승점 23)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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