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사커의 완성자’ 지네딘 지단(44)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1군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5개월 만에 팀을 유럽 축구 정상에 올려놓고 감독으로서 자신의 시대를 예고했다.
레알은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상대로 연장 혈투 끝에 1-1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UCL 결승전 ‘결승골’의 추억
14년 전 레알 소속의 ‘선수’ 지단은 UCL 역대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지단은 2001~02 UCL 레버쿠젠(독일)과 결승에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골을 넣었다. 동료 호베르투 카를로스(43)가 사이드에서 높이 차올린 공은 지단의 발끝을 거쳐 대포알처럼 상대 골망에 빨려 들어갔다. 지단의 골은 1-1로 팽팽하던 양팀의 균형을 무너뜨린 결승골이 됐다. 지단은 라울 곤잘레스(39), 페르난도 이에로(48), 카를로스 등 쟁쟁한 ‘갈락티코(Galacticoㆍ은하수ㆍ레알의 스타 영입 정책을 빗댄 표현)’ 1기 멤버들 사이에서도 가장 빛나는 은하수였다. 지단은 레알로 이적한 첫 해 팀을 유럽 축구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려놓으며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당시 구단이 창단 100주년을 맞은 해 거둔 기념비적인 우승이기도 했다.
‘명MF→초보 감독’ 변신
선수 시절 미드필더(MF) 지단은 ‘중원의 사령관’으로 불렸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싱과 공수 조율, 지휘하는 능력은 일품이었다. 드리블의 고수이기도 했다. 이른바‘마르세이유 턴(Marseille Turn)’은 수비수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마르세이유 턴 한 번이면 집중 마크를 하던 수비수 3명도 쉽게 떨어져 나갔다.
지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3회 수상은 물론 1998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에서 자국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끌며 호나우두(40)와 함께 세계 축구 선수 ‘투톱’을 형성했다. 전성기 시절 유벤투스(이탈리아ㆍ1996~2001년)와 레알(2001~06년)에서 뛴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레알 고문(2009년)과 단장(2011~12년)을 거친 지단은 2014년부터는 레알 2군인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사령탑을 맡다 지난 1월 1군 감독으로 승격했다.
‘명장의 향기’가 느껴지다
지단이 명장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걸을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가 수장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레알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레알은 시즌 초 라파엘 베니테즈(56) 전임 감독과 선수단의 불화설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리그 성적도 바르셀로나, AT 마드리드에 비해 뒤처졌다. 언론은 레알이 위기에 놓였다고 낙인 찍었다. 이에 구단 수뇌부는 지단 감독을 선임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지단은 그때까지 1군팀을 맡아보지 못한 ‘초짜’였다. 때문에 구단 입장에선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지단은 구단 전설답게 선수단을 빠르게 장악했다. 공격을 책임지던 ‘BBC(카림 벤제마-가레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인’에게 수비 가담까지 지시하는 등 파격적인 전술 변화로 결국 팀을 FC바르셀로나에 승점 1 뒤진 리그 2위에 올려놨다. 이어 그는 UCL에서 팀을 우승으로 견인하며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UCL 정상을 맛본 역대 7번째 인물로 거듭났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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