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선우(22ㆍ삼천리)는 아이언 샷의 달인이다. 지난해 26개 대회에서 79.05%의 그린 적중률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그린 적중률 부분 1위를 기록했다. 이정민(24ㆍBC카드), 조윤지(25ㆍNH투자증권),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도 배선우를 넘지는 못했다.
KLPGA 투어 4년 차인 배선우는 지난해 우승은 한 번도 못했지만 상금 랭킹은 6위(4억9,044만원)에 올랐다. 26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컷 탈락이 없다. 톱10에 든 것만 9번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버디는 적지만 보기도 적다. 아이언샷이 워낙 정교한 덕분이다.
배선우가 ‘컴퓨터 아이언 샷’을 무기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배선우는 29일 경기 이천시 휘닉스스프링스CC(파72ㆍ6,456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이민영(24ㆍ한화)을 4타 차로 제친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첫날부터 리더보드 맨 윗줄에서 내려오지 않고 선두를 질주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지만 18번홀 챔피언 퍼팅을 마친 배선우는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며 큰 기쁨을 표현했다. 그 동안 숱한 우승 기회를 날린 아픔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배선우는 지난해 준우승 3차례와 3위 세 차례로 우승 문턱 앞에서 넘어지곤 했다.
4차례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우승은 번번이 다른 선수의 몫이었다. 그래서 ‘준우승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그만큼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지난해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일본의 노무라 하루(24ㆍ한화)와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내준 뒤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E1 채리티오픈에서 배선우는 설움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배선우는 사흘 동안 20언더파 196타로 역대 54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54홀 최소타는 2013년 MBNㆍ김영주골프 여자오픈 때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이 세운 197타였다.
또 배선우는 단 한 개의 보기도 없이 3라운드를 마쳐 2008년 우리투자증권 클래식 우승자 신지애(28) 이후 7년 만에 ‘노 보기’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올 시즌 2번 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기록도 남겼다.
경기도 술술 풀렸다. 배선우는 1번홀(파4) 10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챔피언조 3명 가운데 혼자 버디를 잡아냈다.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 배선우는 5번홀(파5),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챙겼다. 2타이던 2위 그룹과 차이는 4타로 벌어졌다. 9번홀(파4)에서 5m 버디를 잡아내자 5타차 단독 선두가 됐다. 사실상 우승을 굳힌 버디였다.
한번 달아오른 배선우의 샷과 퍼트는 식을 줄 몰랐다. 11번홀(파5) 1m 버디에 이어 14번홀(파3)에사 7m 버디 퍼트가 홀에 떨어지자 우승은 기정사실이 됐고 신기록 달성이 관심사가 됐다. 배선우는 4개홀을 안정된 샷으로 파로 막아내 첫 우승까지 무난하게 내달렸다.
배선우의 우승으로 올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조정민(22ㆍ문영그룹), 장수연(22), 김해림(27ㆍ이상 롯데)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배선우는 우승 후 “첫 홀 긴 버디 퍼팅이 성공하면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면서 “첫 우승을 했으니 열심히 해서 올해 3승까지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천=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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