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장/사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주인이 바뀐 회원제 골프장이 기존 회원에게 입회비 전액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회생 절차를 밟는 체육시설업의 승계 범위와 한계를 밝힌 최초의 사례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골프장업계는 최근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 정도는 자본잠식 상태다. 상당수 골프장들은 입회비를 모두 반환해달라는 기존 회원들의 요구에 인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아 좋지 않은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골프장들이 향후 구조조정을 하는 데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법원이 경기도의 회원제 골프장 '안성Q'의 회생계획을 인가한 데 반발해 기존 회원 242명이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27일 전했다. 따라서 이 골프장의 새 주인은 회원들이 당초 냈던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면 된다. 나머지 83%의 채무는 없어진다.
안성Q 운영사인 태양시티건설은 2012년 자금난을 겪다 결국 회생 절차를 밟았다. 태양시티건설은 이듬해 새 투자자가 회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태양시티건설은 당시 지분인수 자금으로 일부 금융기관 채무의 67.13%를 변제하는 등 빚 상당 부분을 탕감 받았다.
문제는 '회원 입회금을 17%만 돌려주겠다'고 정한 변제 기준이었다. 입회비를 떼이게 된 회원들은 체육시설법 제27조를 들어 "변제율이 100%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시설법 제27조는 '체육시설업의 영업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때 회원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토대로 회원들은 회생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끝내 회원들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회생계획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회원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회생계획이 취소되고 인수 희망자를 다시 찾지 못하면 회원권은 결국 완전히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법리적으로도 안성Q는 투자자가 운영사 지분을 인수했을 뿐 운영사가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체육시설법이 회원지위를 유지할 조건으로 규정한 '영업권이 제3자에 넘어가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일한 종류의 회생채권을 더 세분해 차등을 두더라도 공정ㆍ형평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며 "이 회생계획 변제조건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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