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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울리고 웃기는 사랑스러운 로코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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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울리고 웃기는 사랑스러운 로코퀸 4

입력
2016.05.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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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고 진부하나 우리는 늘 그 유치하고 낯간지러운 사랑에 울고 웃는다. 1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당시 TV 화면으로 전해진 달콤함과 가슴 먹먹함에 동요됐던 감수성을 쉽게 잊지 못한다. 드라마의 역사가 멈추지 않는 한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의 역사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성본능 자극하는 외로운 재벌2세와 자존심 하나 남은 가난한 여성의 티격태격 사랑 만들기가 ‘로코물’의 파트1이었다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남녀 간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파트2쯤 되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로코물’을 이끌어 가는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의 활약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라는 것. 그래서 꼽아봤다. 신데렐라부터 옆집 언니까지, ‘로코퀸’ 계보를 이어온 여성 캐릭터 4인.

◆김선아(MBC ‘내 이름은 김삼순’ㆍ2005)

MBC ‘내 이름은 김삼순’.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젊지도 않은 엽기발랄 노처녀 뚱녀.’ 당시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김삼순 캐릭터 설명 중 일부다. 그런데 이름 옆에 붙은 이 여성의 나이를 보면 헛웃음이 나올 것이다. ‘김삼순, 30세.’ 11년 전 드라마인 걸 감안하더라도 30세에 시집 못 간 노처녀 설정이라니,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파티셰 김삼순은 바람난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던 중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떠난 옛 연인에 마음 아파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사장 현진헌(현빈)을 만나 사랑에 성공한다. 여주인공 김선아는 김삼순 그 자체였다. 제대로 된 직업도 없던 탓에 실연에 가슴 아파하는 것도 사치라 여기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김삼순의 처지는 김선아가 선보인 특유의 억울한 표정 연기 덕분에 더없이 안쓰러웠다. 물론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김선아표 코믹 연기도 압권이었다. 그 해 MBC 연기대상이 김선아의 몫인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원(SBS ‘시크릿 가든’ㆍ2011)

SBS ‘시크릿 가든’.
SBS ‘시크릿 가든’.

이 드라마가 찢어지게 가난한 여성과 대형 백화점을 거느린 백만장자의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로 남지 않은 이유, 바로 그 얼굴에 그 몸매에 왜 액션배우 같은 위험한 일을 하냐는 물음에 “팔잡니다” 하며 몸에 와이어를 매는 ‘길라임’이란 캐릭터 덕분이었다.

무술감독(이필립)보다 짧게 자른 머리에 매회 운동복 차림, 거친 숨소리가 쉴 새 없는 무술을 선보이면서도 좋아하는 가수의 얼굴이 새겨진 양말을 신고 설레는 귀여운 여주인공의 모습을 하지원보다 잘 소화할 여배우가 또 있을까 싶었다. “너 따위가 우리 아들을?”이란 재벌가 사모님의 흔한 독설에 “전 그저 김주원씨가 온정을 베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일 뿐입니다.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 저랑 놀 주제 못됩니다”라던 길라임의 흔하지 않은 일침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지금보다 문자메시지를 활발하게 주고 받던 시절, “문자왔숑! 문자왔숑”이란 알림을 따라하던 길라임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황정음(MBC ‘그녀는 예뻤다’ㆍ2015)

MBC ‘그녀는 예뻤다’.
MBC ‘그녀는 예뻤다’.

주근깨에 폭탄머리를 한 못난이가 패션모델 뺨치는 외모의 남자주인공과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룬다는 뻔한 스토리. 하는 일마다 실수를 연발해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남자주인공의 눈에 띄어 동정심을 유발한다는 ‘로코물’의 전형.

그럼에도 지난해 이 드라마가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인기를 얻은 데는 황정음과 그가 연기한 김혜진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7)에서 코믹 연기의 맛을 어느 정도 본 황정음이라지만 시트콤의 특성 상 ‘거품’ ‘일회성 인기’란 평가가 잇달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황정음은 바닥에 넘어진 뒤 떨어진 껌을 앞니로 착각해 울먹이거나 실감나는 만취 연기 등 진짜 못생김과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표정도 황정음표 코믹 연기로 느껴지는 것 역시 다수의 작품에서 성실하게 연기력을 쌓아 올린 덕분이다.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로코퀸 굳히기’에 들어간 황정음은 지난 25일 첫 방송된 MBC ‘운빨 로맨스’로 다시 한번 여왕의 입지 재확인하기에 나섰다.

◆서현진(tvN ‘또 오해영’ㆍ2016 방영중)

tvN ‘또 오해영’. tvN 제공
tvN ‘또 오해영’. tvN 제공

일에 치이고 사랑에 치인다. 극중 그녀의 말처럼 “재벌 2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사랑 한번 하기 참 힘들다. 요즘 최고의 화제작 ‘또 오해영’을 이끄는 서현진은 짠하고 애틋하고 불쌍하지만 금세 뻔뻔해지고 능청스럽고 사랑스러워지는 30대 여성 오해영에 완벽하게 빙의했다.

결혼식 전날 이별을 통보하는 잔인한 남자 앞에서 “너무 창피하니 결혼은 내가 깬 걸로 해 달라”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싫어하는 여성과 함께 있는 남자주인공에 심통을 내면서도 “집에 오라”는 문자 한 통에 금세 입이 귀에 걸린다. 사실은 예쁜데도 극중에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외모란 설정만 빼면 오해영은 이보다 더 현실적일 수 없는 여자주인공이다.

서현진은 전작 tvN ‘식샤를 합시다’에서도 밀린 월세 걱정 등 생활고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작가란 안쓰러우면서도 옆집 언니 같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정도면 ‘현실적인 로코퀸’으로 불릴 만하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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