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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법률적 뒷배

입력
2016.05.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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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관한 상황이 심상치 않다 보니, 그 추진 주체들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자신감의 ‘뒷배’(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에 대해 다들 궁금해한다. 그리고 정치적 ‘뒷배’가 어디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그 질문은 법률적 ‘뒷배’로 집중된다. 이와 관련하여 기획재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어 노조 또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없더라도 관련 취업규칙(급여규정) 개정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감독관청이 이런 논리를 챙겨주자, 애초 동의의 형식이나마 갖추려 애쓰던 공공기관들이 이젠 공공연하게 근로자 측의 동의 없이 이사회의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의 이런 생각은 근로기준법과 판례에 어긋난다.

성과연봉제 도입 방식은 크게 플러스 섬(Plus Sum), 제로 섬(Zero Sum) 및 마이너스 섬(Minus Sum)으로 나눌 수 있다. 플러스 섬 방식은 성과연봉제의 도입 결과 모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는 것을, 제로 섬은 일부 근로자의 임금은 오르고 일부는 내려가는 것을, 마이너스 섬은 모든 근로자의 임금이 하락하는 걸 의미한다. 이 가운데에서 플러스 섬을 제외한 나머지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그 도입을 위해선 근로기준법에 따라 과반수 노조의 동의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제로 섬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경우 해당 기관에 직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직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무시한 채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집단적 동의의 원칙적 모습은 전체 근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자유로운 토론 후 투표 등을 통해 집단적 의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근로자를 모으면 해당 사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기업은 근로자들을 부서별로 쪼갠 후 중간관리자를 매개 삼아 동의서를 받는 방식을 선호한다. 근로자는 쪼개질수록 약해지기 때문이다. 당애초 법원은 부서별 회의 방식을 예외적인 조건에서만 허용했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 유효성을 넓게 인정하게 되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사용자 측의 개입은 변경될 근로조건의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에서 보듯이 실제 부서별 회의 방식은 법원이 예상한 것처럼 진행되지는 않는다. 사용자의 뜻을 아는 상황에서 중간관리자들은 동의서를 얼마나 받아내는지를 놓고선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의 서명을 거부하는 부하 직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강압적 언행이 쓰이는 건 불가피하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론에 기댄 기획재정부의 논리 역시 판례에 어긋나기는 마찬가지다. 판례에 따르면, 사회 통념상 합리성 유무는 성과연봉제의 내용뿐만 아니라 대상(代償)조치를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근로조건의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기업 측의 이익 증대나 손실의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연봉제 그 자체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결국 근로기준법과 판례는 성과연봉제 추진 주체들의 법률적 뒷배가 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고용노동부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그 도입 과정에서 일어난 위법 행위에 대한 근로감독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공공연히 벌어지는 노동 범죄조차 규율하지 못할 경우, 근로감독 제도에 대한 노사의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지금 고용노동부의 방관은 근로감독 제도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해친 또 하나의 과오로 기억될 것이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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