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일 국립소록도병원 방문
재판부가 증언 듣고 현장검증도
정부 “일제시대에 끝났다” 반박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강제단종·낙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한센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특별재판이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열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 강영수)는 다음달 20일 한센인 원고 2명과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인에게서 직접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을 듣고, 수술대 감금실 등 국립소록도병원 시설을 현장검증할 방침이다. 올해 개원 100주년을 맞은 국립소록도병원을 재판부가 찾아오는 것은 처음이다. 한센인 측 대리인은 “현장에서 열리는 재판을 통해 한센인들의 피해사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강제로 단종ㆍ낙태가 실시되지 않았다”며 항소한 정부는 이번 특별재판에서 한센인 치료에 헌신한 의료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첫 민간 한센인 치료기관인 여수애양병원에서 30년간 한센인들을 치료한 김인권(65) 원장과 소록도에서 40여년간 봉사하다 2005년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가 그들이다. 정부 측 대리인은 “한센인 학대 주체로 주장하는 당시 의료진과 봉사자들은 마리안느 수녀처럼 오히려 평생 헌신적으로 한센인을 돌본 분들”이라며 “소록도 특별재판에서 이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990년대까지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부부가 동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정관수술을 받도록 했다. 또 감염병동인 국립소록도병원 에선 출산이 금지됐다. 의료기록 등에 따르면 1992년까지 의사나 간호사, 한센인 중 일정 정도 의료교육을 받은 의료보조원 등에 의해 공식적으로 정관절제수술이 이뤄졌다. 이후 한센병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2007년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으며, 현재 관련 소송 5건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강제 중절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4,000만원씩, 정관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에 3,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인정했고 현재까지 배상판결을 받은 한센인은 모두 581명이다.
한편 이 재판 과정에선 국무총리 산하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 등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드러나 변호사법 위반 의혹(본보 5월 2일자 13면)이 제기됐고, 해당 변호사는 대리인에서 사임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