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공중정원, 현실의 정원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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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공중정원, 현실의 정원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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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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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초대된 최재은ㆍ반 시게루의 '꿈의 정원'. 비무장지대에 대나무를 이용해 13㎞ 길이의 보행로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사진 김태동(국제갤러리 제공)

“비무장지대(DMZ)는 한국이 아닌 전세계의 보물입니다. 이 작품이 한국의 분단 역사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통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의 최재은 작가가 ‘꿈의 정원(Dreaming of Earth)’이란 작품으로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참가했다. 한국 작가의 본 전시 초청은 4년만이다. 27일 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옛 해군기지)에서 최 작가와 그와 함께 작품을 완성한 프리츠커상 수상자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를 만났다.

‘꿈의 정원’ 프로젝트는 이번 건축전과 상관 없이 작가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추진해온 결과물이다. 2014년 아트선재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에 참가해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최 작가는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지역에 6,00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것을 보고 이곳을 가로지르는 공중정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대나무와 천연재료를 사용해 지면에서 3~6m 정도 떠 있는 총 13㎞ 길이의 왕복 보행로를 만들고 보행로 중간중간 13개의 공중정원과 군사분계선 근처에 20m 높이의 전망대 ‘바람의 탑’을 설치하는 안이다. DMZ 안에 매설된 지뢰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한편 인간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취지다. 최 작가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오랜 친구인 반 시게루에게 협업을 제안하고 지난해 3월 통일부에, 올해 1월에는 유엔에 기획안을 제출했다.

최재은(왼쪽) 작가가 '꿈의 정원'을 함께 작업한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와 함께 베니스 아르스날레 전시관 앞에 섰다. 베네치아=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DMZ 안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생물들을 보며 전쟁과 분단으로 얼룩진 인간사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로서 이 공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인간과 자연을 모두 보호하는 공중정원을 떠올렸습니다.”

빈민을 위한 사회적 건축작업으로 유명한 반 시게루는 최 작가의 발상에 흥미를 갖고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한국의 분단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나라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참여했다”며 “지난해 11월 최 작가와 함께 DMZ를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남한과)너무 가까워 놀랐다. 이렇게 가깝다면 다리를 놓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중정원의 재료를 대나무로 제안한 것은 반 시게루다. 그는 “콘크리트나 철골 대신 대나무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구조적으로도 튼튼할 뿐 아니라 자연의 힘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며 “통일이 일방적인 힘이 아닌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공중정원을 실제 크기의 200분의 1로 축소시킨 모형을 설치했다. 한 켠에는 러일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DMZ의 생성 과정과 그 안의 식물들을 보여주는 영상 ‘불과 시간’도 선보였다. 최 작가는 “영상 작업에 사용된 DMZ 사진과 역사자료 등 아카이브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며 “여기서 더 나가 생태계 자료실, 종자은행 등을 공중정원 안에 설치해 DMZ의 귀중한 유산을 보존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꿈의 정원’은 지난 달 전남 담양의 대나무 10그루를 수원으로 이식하며 첫 발을 디뎠다. 최 작가는 전세계 각지에서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사들과 함께 인터뷰 및 담화를 진행해 이를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통일은 언젠가 현실이 될 거라 믿으면서 꾸는 꿈이지요. 그래서 ‘꿈의 정원’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꿈의 정원이 현실의 정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베네치아=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최재은ㆍ반 시게루의 '꿈의 정원'.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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