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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이발소에서 강제 반삭발… “자르고 오겠다” 호소해도 벌점

입력
2016.05.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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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의사에 반해 용모 규제

서울학생인권조례 위반

시교육청 “내주 중 현장조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서구의 사립고 A고 1학년생 김성민(17ㆍ가명)군은 체육 시간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체육교사가 수업 중 불쑥불쑥 학생들의 머리를 손으로 한 번씩 만져본 뒤 조금만 길다 싶으면 가차없이 “자르라”고 명령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머리 길이가 몇 ㎝이상이면 자른다’는 기준도 없다. 김군의 친구 최만호(17ㆍ가명)군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머리가 긴 순서대로 10명을 뽑은 뒤 5명씩 두 조로 나눠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팀이 진 팀의 머리를 강제로 자르도록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5,000원의 요금을 내고 꼭 교내 이발소에서 이발해야 하는 것도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 최군은 “이발소에서는 찾아오는 학생들 모두 일률적으로 구레나룻 부위를 완전히 밀어 버리고 눈썹 위까지 짧게‘반삭발’ 수준으로 잘라 버린다”며 “다니던 미용실에서 자르고 오겠다거나, 안 가겠다고 버티면 벌점 20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벌점제도가 수업 중 조는 경우 벌점 2점, 흡연시 벌점 15점인 것에 비하면 가혹한 조치다. 최군은 “인근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너희 학교에는 이발소도 있다면서’라고 놀리기까지 하면 창피하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측은 “일부 선생님이 자발적으로 학생 생활 지도를 하는 것이고, 강제로 교내 이발소로 보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학교 교감 B씨는 “교사들은 수업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 인성교육도 담당하고 용모를 단정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도 해야 한다”며 오히려 이런 행태를 두둔했다.

하지만 2012년 채택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교장, 교직원이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 두발 등 용모를 규제해선 안 된다’(12조)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례 제정에 참여했던 조영선 영등포여고 교사는 “두발 규제가 없어진 이유 중 하나가 규제방식이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며“아무리 사립학교라고 해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통과된 조례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A고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상식 밖의 두발 규제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실시한 ‘서울 중ㆍ고교 학교규칙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ㆍ고교 702곳 가운데 609곳(87%)이 여전히 학칙에 두발(길이, 염색, 파마 등)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두발규정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두발 관련 학생ㆍ학부모 민원도 지난해 57건, 올해는 5월 현재 32건이 접수됐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최근 다른 자사고에서도 반삭발 수준의 두발 규정을 강제한다는 민원이,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교 인근 이발소에 데려가 강제로 자르게 한다는 민원 등이 접수됐다”며 “문제의 학교에 대해서는 다음 주 중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두발 규정을 포함한 학칙에 대한 전반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음달부터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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