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인 때 허위 서류 제출
황금시간대 방송 못해
판로 막힌 중기 도산 우려
가처분 신청ㆍ소송 검토
롯데홈쇼핑이 하루 6시간씩 6개월간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판로가 막힌 중소 협력업체들과 롯데홈쇼핑은 도산 등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법정 대응을 검토하고 있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롯데홈쇼핑에 대해 9월 28일부터 6개월간 매일 6시간(오전ㆍ오후 각8~11시)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해당 시간 동안 상품 소개ㆍ판매 방송 대신 업무정지에 따른 방송 중단 상황을 알리는 정지 영상과 배경음악을 틀어야 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월 재승인 심사 때 납품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은 임직원 숫자를 줄인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롯데홈쇼핑이 공정성 평가에서 과락을 면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주무부처인 미래부에 징계를 요청했고, 이에 미래부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업자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얻었을 경우 업무정지 6개월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래부는 프라임 타임의 업무 정지를 결정한 것은 롯데홈쇼핑의 협력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해당 시간대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이 55%(전체 편성은 65%)로 가장 낮다. 미래부는 이미 롯데홈쇼핑과 납품계약을 맺었거나 협의를 진행 중인 협력업체를 위해 업무정지 시점을 4개월 뒤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과 협력업체들은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이번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주 초 중소 협력업체들이 중심이 된 비상대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미 가을ㆍ겨울 상품을 준비해놓은 업체들도 있기 때문에 해당 징계 시점을 늦추거나 중지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며 “행정소송도 준비는 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협력업체 중 매출 비중이 큰 회사가 중심이 돼 소송 등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시간대에 방송을 한 협력업체는 360곳이며, 이 중 221곳이 중소기업이다. 매출 손실은 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부는 해당 업체의 제품 방송을 다른 시간대에 편성하거나 롯데홈쇼핑이 운영하는 T커머스 업체인 롯데원티브이 채널에 우선 편성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또 임직원의 고용 불안을 막기 위해 부당해고와 용역 계약의 부당 해지를 금지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 3개월 안에 제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중소 협력업체의 타 TV홈쇼핑, T커머스 입점을 주선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간대에 들어가는 업체들은 잘 팔리는 우수한 상품을 가진 곳들”이라며 “당장은 힘들겠지만 줄도산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는 홈쇼핑의 방송법 위반 과징금을 회사 매출액에 연동해 부과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방송법은 과징금 상한액을 5,000만원으로 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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