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ㆍ노태우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특수 수사 두루 담당
검찰청 앞 고개 숙이며 “참담해”
변호사로 큰돈 벌며 평판 추락
“후배들 이름을 판다” 소문 돌아
정운호 폭로전 터지며 직격탄
‘100억 수임’ 최유정 구속기소
‘특수통’ 스타 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조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특수부 후배 검사들에게 조사를 받는 기구한 운명에 놓였다.
27일 홍만표(57ㆍ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검사 시절 자신이 정ㆍ관계 거물들을 조사하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10층 영상조사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앉았다. 조사를 받으러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취재진에게 “참담하다.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검사 시절 달변이던 그는 이날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1991년 검사생활을 시작한 홍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ㆍ2ㆍ3부 검사와 특수1부 부부장, 대검 중수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 수사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최재경ㆍ김경수 변호사와 함께 연수원 17기 ‘트로이카’로 불렸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ㆍ부정축재 사건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사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계기가 된 ‘박연차 게이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굵직굵직한 특수수사를 했다.
그는 2011년 6월 검ㆍ경 수사권 조정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을 떠나 석 달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사 시절 후배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신망을 쌓았던 그는 이후 평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관인 그에게 변호를 맡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법조계에선 그가 서초동 돈을 쓸어 담는다는 말이 나왔다. 2013년 한 해에만 공식적으로 91억여원의 수임료 매출을 올렸다. 그가 “잘 아는 검사와 얘기가 다 됐다”며 의뢰인들에게 고액을 챙긴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 부장검사는 “후배 검사들을 들먹이며 사건을 맡는다는 얘기를 듣고 피하게 됐다”고 했다.
홍 변호사의 부적절한 사건 수임과 로비 의혹은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그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최유정(46) 변호사 간의 폭로전에서 불거졌다.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2013년 이후 경찰과 검찰에서 3차례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아 거액을 받았고, 앞의 두 차례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내 전관으로서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변호사는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 대표가 최 변호사에게 50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며 그의 발언에 대한 신뢰성은 크게 떨어졌다. 정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3차 수사와 관련해 홍 변호사에게 1억5,000만원 이외에 추가로 수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홍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일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의 ‘몰래 변론’을 통해 거액을 탈세했다는 의혹,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소득을 은닉하고 세탁했다는 의혹 등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홍 변호사를 불러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조사해 온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 등에 대해 추궁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탈세와 관련된 일부 혐의는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내주 초 홍 변호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 대표 법조로비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이날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지난해 6~9월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창수(40ㆍ수감 중)씨에게, 같은 해 12월엔 정 대표에게 보석ㆍ집행유예를 위한 재판부와의 교제ㆍ청탁 등의 명목으로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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