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지역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덕도에 지어야 한다는 부산과 경남 밀양을 주장하는 대구ㆍ울산ㆍ경북ㆍ경남 간의 유치경쟁이 과열양상이다. 영남권 시ㆍ도단체장은 최근 모임을 갖고 “부산이 정치권을 동원해 조직적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부산은 이에 맞서 영남지역 단체장이 밀양에 모여 공동입장을 발표한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며 반발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가 탈락하면 아예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공론화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논란이 본격화했다. 이후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압축됐으나 극심한 지역갈등이 빚어지자 정부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러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되살려내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영남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항공 수요가 매년 크게 늘어나 김해공항이 2023년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공항 입지 결정에서 완공까지 10년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가덕도는 해상공항으로 장애물이 없고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점이, 밀양은 영남권 주요 도시에서 1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데다 태풍 등 자연재해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각각 우위에 있다. 두 곳 모두 신공항 입지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그런 만큼 경제성과 발전성 등 객관적 기준이 선정의 유일한 잣대가 돼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비이성적 행태다. 지난해 1월 관련 광역지자체장 5명은 ‘과도한 유치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4ㆍ13 총선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신공항 유치를 떠벌리면서 휴지조각이 됐다. 용역 결과 발표에 앞서 상대 후보지를 깎아 내리고 비난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지역 갈등의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것은 포퓰리즘의 극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10조원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정치적 고려나 지역이기주의가 끼여 들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갈등만 커진다. 정부는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용역을 맡긴 외국 전문기관에 권한을 일임했으며 결과도 연구팀이 직접 발표하도록 했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발표에 앞서 양쪽으로부터 결과에 승복한다는 다짐부터 받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