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9대 의원들 의결한 법안
20대서 재의결 법리 안 맞아
19대 국회 문제 19대서 끝내야”
野 “귀책사유 19대 국회에 없어
17대 국회서 가결된 법안 17건
18대서 공포… 폐기는 아니다”
학계도 선례 없어 의견 엇갈려
“의결 때 20대 국회 적용 취지”
“인적 동일성 없어 재의결 불가”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둔 27일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헌법 법리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본회의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에 개정 국회법의 국회 재의를 요구한 것이어서 ‘꼼수’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야당과 협치(協治)를 거듭 다짐했던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의결하지 못한 법안은 자동폐기 된다는 형식논리만 반복하고 있어,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여야간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국회로 돌려보낸 개정 국회법의 자동폐기는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19대 의원들이 의결한 법안을 20대 의원들이 재의결하는 것은 국회법 등 법리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18대 국회까지 전부 63건의 재의 요구가 있었고, 그 중 9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며 “19대 국회 문제는 19대에서 끝을 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재의결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19대 국회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야 3당이 재의결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17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이 18대에서 17건 공포됐고, 18대에서 19대 국회로 넘어가 공포된 사례가 있다”며 “자동폐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회 임기 만료 이틀 전에 거부권이 행사된 선례를 찾기 힘든 만큼 헌법학계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헌법 제51조에 따른 자동폐기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다소 우세하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국회가 의결할 때부터 이 법은 20대 국회에서 적용하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준 건 입법부가 만든 법안을 폐기할 권한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며 “재의 권한은 20대 국회로 승계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를 이틀 앞두고 나온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무효라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국회 본회의는 소집 3일 전 공고를 하도록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며 “물리적으로 재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권한남용이고 입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률이 아니라 법률안이 되는 만큼 재의결 없이는 자동폐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법안의 자동 폐기를 막는 ‘회기 계속의 원칙’은 동일 입법기(같은 대수) 내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19대와 20대 국회는 인적 동일성 없다”며 “19대 국회에서 재의결하지 못할 경우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폐기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울러 “대통령이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공포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임기 만료 불과 10일 전에야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에도 귀책사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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