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범죄인 인도청구 추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 은폐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거라브 제인(47ㆍ인도) 전 대표가 결국 검찰의 소환 요구를 거부했다. 검찰은 사법공조를 통한 범죄인 인도청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제인 전 대표는 “한국에 입국해 조사를 받아달라”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 불응하겠다는 최종 입장을 전날 변호인을 통해 전해 왔다. 그는 2006~2008년 옥시 마케팅본부장을 거쳐 2010년 5월부터 2년 간 대표를 지낸 뒤, 현재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의 아시아태평양본부(싱가포르 소재) 본부장을 맡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옥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 변경하고,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 교수에게 뒷돈을 주면서 ‘옥시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 달라’고 요구하는 등 2011년 이후 벌어진 증거인멸 시도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특히 서울대 조모(57ㆍ구속기소) 교수에게 뇌물 1,200만원을 공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마케팅본부장 시절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광고를 통해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제품이 계속 판매되도록 주도한 의혹도 받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업무상 시간을 내기 힘들다’ ‘옥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감정이 악화돼 신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등의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서도 “전부 소명할 수 있고 잘못한 게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검찰은 서면조사와 함께 출석을 종용한 뒤, 범죄인 인도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면조사로) 변명만 듣기보다는 소환해서 조사를 해야 한다”며 “그의 혐의내용과 관련한 증거수집은 계속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유해성 실험보고서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호서대 유모(61) 교수가 옥시 측에서 두 차례에 걸쳐 총 4,400만원을 별도로 수수한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유 교수가 민간인 신분이고, 해당 금품의 범죄 혐의 구성이 여의치 않아 형사처벌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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