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이시여, FC서울에겐 아직 승부차기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이시여, FC서울에겐 아직 승부차기가...’

입력
2016.05.27 16:05
0 0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라와 레즈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상대 승부차기를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라와 레즈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상대 승부차기를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승부차기는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린다. 조기축구에서라도 직접 차 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피가 마르는지. 하지만 국가대표 골키퍼 이범영(27ㆍ아비스파 후쿠오카)은 “승부차기는 골키퍼들의 축제다”라고 했다. 넣어야 본전, 못 넣으면 역적으로 몰리는 키커와 달리 골키퍼는 5번 중 1번만 막아도 영웅이 된다는 의미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승부차기 神’이 또 재림했다. ‘승부차기의 달인’FC서울 골키퍼 유상훈(27)이 이름값을 하며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려놨다.

서울은 연장 후반까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종료직전 고요한(28)의 극적인 골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3번 키커 오스마르(28)의 실축으로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유상훈이 상대 골키퍼이자 5번 키커 니시가와 슈사쿠의 슛을 막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우라와 8번 키커 고마이 요시아키의 킥을 유상훈이 다시 선방해 승부차기 스코어 7-6으로 이겼다. 한일 클럽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FC서울 페이스북 캡처
FC서울 페이스북 캡처

유상훈은 2014년 8월 포항과 챔피언스리그 8강 승부차기에서 상대 키커 슛을 3번 연속 막아내 큰 화제를 모았다. 황선홍 포항 전 감독과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3연속 선방은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거짓말 같은 활약이었다. 그 해 7월 포항과 FA컵 16강에서도 승부차기에서 한 차례 선방을 했다. 유상훈이 승부차기에서 패한 건 2014년 11월 성남과 FA컵 결승전뿐이다. 프로 데뷔 후 승부차기 4경기에서 3승1패. 19번 킥 중 7번(1차례 상대 실축 포함)을 막아냈다. 방어율이 36%다.

유상훈은 본보와 통화에서 “분석의 힘이다”고 비결을 밝혔다. 상대 키커가 즐겨 차는 방향과 높낮이까지 미리 파악한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이 쉽듯 승부차기에 들어가 자신이 넘치는 이유다. 우라와 키커 중 3명 정도의 스타일은 이미 간파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분석이 늘 선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방향을 읽어도 공이 너무 빠르거나 강하면 속수무책이다. 키커들이 일부러 반대로 찰 때도 있다. 유상훈은 우라와 1번 키커의 방향은 알아챘지만 볼이 손에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이 됐다. 2,3,4번은 아예 방향이 틀렸다. 그는 “우라와 선수들이 분석과 반대로 차더라. (방향을 읽은) 1번을 막았어야 했는데 아깝게 놓쳐 부담이 더 컸다”고 복기했다.

이처럼 분석의 힘이 통하지 않을 때는 다른 방법을 동원한다.

그는 상대가 슛하기 전 골 에어리어까지 나와(승부차기에서 골키퍼는 상대 킥 직전 반드시 골라인을 밟고 서 있어야 함) 두 팔을 흔들어댔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내가 움직일 방향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배짱도 필요하다. 이날 승부차기는 원정 팀 골대 앞에서 진행했다. 규정상 승부차기 골대 선택은 주심 재량이다. 원정 팬 야유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불리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그는 원정 팬을 도발했다. 키커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다. 우라와의 마지막 키커 고마이가 걸려들었다. 슛을 하기 전부터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유상훈은 “고마이를 보며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유상훈은 올 시즌 초반 선배 유현(32)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기회를 엿봤고 얼마 전부터 는 다시 주전으로 도약했다. 그는 “현이 형과 경쟁하며 오히려 더 많이 배워서 좋다”며 “요즘 우리 팀은 지고 있어도 패할 거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이 기세를 시즌 말까지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