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명문가 이준상씨 가족… 6ㆍ25전쟁, 월남전에 대를 이어 참전
“내 역할에 가장 충실 하는 것, 그게 바로 군복무죠.”
이준상(74)씨 가족에게 군복무는 마치 가훈과도 같다. 3대째 물려오면서 어느덧 집안의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 됐다. 가족과 친척 16명의 군복무 기간을 합하면 596개월에 달한다. 무려 50년의 긴 시간이다.
선친인 이인하씨는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군법무관으로 자원 입대해 6년 여간 복무했다. 주위의 만류가 적지 않았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하게 뿌리쳤다. 전역 후에는 4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변론을 하고, 유산의 상당부분을 이웃에게 기부하는 등 도덕적 의무를 다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자란 이씨 또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월남전 파병에 자원했다. 이씨의 동생은 군복무중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자 복무기간을 연장하며 성실히 병역의무를 마쳤다. 전역 후 국립보건원장을 지낸 이씨는 고려대 의대 교수로 38년간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써왔다. 이어 3대인 이근주는 육군 대위, 이영주는 해병대 대위로 복무하는 등 1대 이인하씨를 비롯해 2대 남성 6명, 3대 자손 9명 등 총 16명에 달하는 집안의 병역의무자 모두가 현역으로 군복무를 다했다.
이씨는 “선친께서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의 참된 목표라고 강조하셨다”며 “후손들 모두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군복무를 마쳤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27일 이씨 가족에게 병역명문가 금상을 수여하는 등 총 20가문을 시상했다. 병역명문가는 3대에 걸쳐 집안의 남성이 모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경우 해당된다. 2004년 시작해 올해 13회째로, 총 3,431가문이 병역명문가의 영예를 안았고 올해는 560가문이 선정됐다.
박창명 병무청장은 “병역이행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가장 고귀한 헌신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며 “이러한 병역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병역명문가에 대해 우리 모두 존경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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