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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입력
2016.05.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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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노는 날이 적다. 특히 프랑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다. 그런데 올 5월 노는 날이 많았다. 6일이 임시공휴일로 결정되면서 대부분 국민이 4일간 쉬었다. 연휴는 어린이날로 시작하여 어버이날로 끝났다. 프랑스에는 5월이면 어머니날이 있고 6월이면 따로 아버지날이 있지만 어린이날은 없다. 우리 문화에서는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날은 크리스마스다. 평소 애들에게 돈을 많이 쓰는 것이 교육상 좋지 않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비싼 선물을 부모님이 직접 해주는 것보다 산타클로스가 대신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한국은 다르다. 일년 내내 수시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많이 가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다. 아이는 자신의 분신이며 순수해 사랑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가족 모임을 할 때도 아이가 있으면 모두 아이들에게 신경을 쓴다. 이 세상에 아이밖에 없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프랑스에서 비슷한 모임이 열린다면 주로 어른 위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맨 처음 아이를 보고 귀엽다든지 누구를 닮았다든지 그런 말로 잠시 대화하지만 곧 평상시처럼 정치나 문화 예술에 사회 전반에 대한 대화를 하느라고 아이에 대한 대화는 바로 멀어진다. 그러다 밤이 되어 “늦었다, 집에 가야 돼”라는 말이 나오면 대화를 멈추고 함께 자리를 뜬다. 아이는 규칙적으로 재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인사하고 다들 헤어진다. 한국에서처럼 늦게까지 아이를 놀게 하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를 일찍 재우지 않는 부모를 보면 무책임한 부모로 여길 정도다.

프랑스 사람은 아이가 밥을 먹는 예절도 중요시한다. 아이가 배가 고플 때 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밥 먹을 시간이 돼야 밥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제대로 식탁에 앉아서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게 한다. 한국에서는 왔다 갔다 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쫓아다니며 밥 떠먹이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먹어야 산다’라는 생각 때문에 음식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입에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이가 바로 앉아 먹기 싫어하면 밥을 안 줘 버릇을 고쳐야 하고, 한 끼쯤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왜 따라다니며 밥을 먹이는지 프랑스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머니도 힘들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아이가 원하면 식사시간이 아닐 때도 맛있는 것들을 사주고 군것질을 허락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가 옆에서 사달라고 떼를 써도 사주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프랑스 교육방식이며 아이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교육이다. 엄마가 한번 거절하면 끝이다. 그렇게 교육을 함으로써 프랑스 아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인내심과 배려를 배우고 이세상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모와 자식, 가족 간 대화 부족이다. 얼마 전에 우리 집 앞산에서 어떤 엄마와 여섯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놀고 있었다. 아이가 엄마한테 “개미한테 과자 좀 줄까?”라고 물었다. 엄마는 한마디로 “주지 마”라고 답했다. 나는 그걸 보며 엄마가 아이에게 짧은 대화라도 왜 주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아이는 개미에게 먹이를 줘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인데, 엄마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한마디로 거절하는 것이 교육상 별로 좋지 않게 느껴졌다.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여유가 많이 없어서 그럴 테지만 아이들이랑 작은 일상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이들에 대한 마음 여유! 모든 사람에 대한 여유!

마틴 프로스트 전 파리7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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